박찬호, 아메리칸리그에서 새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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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28)는 신중한 행보를 거듭한 끝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텍사스 레인저스와 다년계약에 합의했지만 내년시즌 팀의 에이스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지난 8년동안 몸담았던 내셔널리그와 달리 박찬호가 내년시즌 유니폼을 입게된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명타자제를 실시하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경기 운영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타석에 나설 필요없이 투구에만 전념하면 오히려 맘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겠지만 투수가 없는 상대 타선은 쉬어 갈 여유없이 강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적으로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지명타자들과 대결해야 하는 만큼 박찬호 입장에서는 홈런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텍사스의 홈구장인 알링턴 볼파크는 해발 1천700m 고지대에 위치, 아메리칸리그판 `쿠어스필드'로 불릴 정도로 투수들에게 악명이 높다.

공기 밀도가 낮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홈런이 많이 나오고 외야도 넓어 2,3루타 등 장타도 숱하게 터져나온다.

텍사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올해 유격수 사상 가장 많은 52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홈구장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정도다.

피안타율에 비해 홈런 허용 빈도가 높은 편인 박찬호로서는 장타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투구가 요구되지만 자신의 메이저리그 통산 방어율(3.80)이 내년 시즌 4점대이상으로 훌쩍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링턴은 또 한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 다습한 기후로 `여름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박찬호마저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존 로커, 올시즌 심판을 폭행해 출장정지 처분을 당했던 칼 에버렛 등을 새로운 동료로 맞이해야 하는 박찬호는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급선무다.

반면 레인저스의 막강타선은 박찬호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박찬호는 다저스시절 `물방망이 타선' 때문에 늘 속태웠지만 레인저스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파엘 팔메이로, 이반 로드리게스 등 강타자들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텍사스는 올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 강팀 틈바구니에서 허약한 마운드 탓에 서부지구 꼴찌에 처졌으나 팀 타율은 지구 1위였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되는 이반 로드리게스와 호흡을 같이 한다면 박찬호의 투구가 더욱 빛을 발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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