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의터치다운] 풋볼명문 노터데임의 추락

중앙일보

입력

“노터데임(성모 마리아)이 아닌 노터셰임(불명예).”

21세기 첫해 마감을 2주일도 남기지 않은 현재 미국 스포츠계의 최대화제는 단연 중부 인디애나주의 노터데임 대학으로 꼽힌다.

5년간 재직한 밥 데이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해고되고 조지아텍의 조지 오리어리(55)가 후임으로 취임했으나 자서전에서 선수경력·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들통나 불과 5일만에 옷을 벗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미식축구 역사만 100년이 넘고 전국 챔피언에 11차례나 등극한 아일랜드계의 카톨릭 사립인 노터데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풋볼(NCAA) 사상 유일하게 한번도 스카웃에 관련된 잡음을 일으키지 않고 선수 전원이 졸업장을 딴 모범학교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5할대 이하로 곤두박질한 풋볼성적은 물론, 고교선수 영입을 둘러싼 과열경쟁으로 NCAA의 징계를 받았으며 오리어리의 ‘미식축구판 워터게이트’추문으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노터데임의 스캔들은 비단 한 학교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현재 미국 아마추어 스포츠가 처한 위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말로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전인교육’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각 종목별 순위로 지도자의 목이 좌우되는 모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풋볼의 경우 다년간 좋은 성적을 내고도 ‘1,500만달러의 참가비가 주어지는 4대 메이저 보울(Bowl)에 나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되거나 심지어 ‘전국 챔피언에 등극하지 못했다’는 터무니없는(? ) 이유로 보따리를 싸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체육학장이 감독을 쫓아내고, 총장이 학장을 내몰고, 동창회가 총장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데이비의 경우 전체경기의 58%를 이기고도 ‘노터데임 사상 세번째로 낮은 승률’이란 이유로 캠퍼스를 떠나야만 했다.

궁지에 몰린 ‘파이팅 아이리시 군단’은 결국 환갑이 넘은 전임 루 홀츠(사우스 캐롤라이나대)의 컴백을 추진하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에서 ‘개교 이래 최대 웃음거리’로 전락한 노터데임의 다음 승부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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