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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엔저 공세에 기업 어려워…환율 선제적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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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를 방문해 회장단과 만났다. 박 당선인이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다 한덕수 협회장(오른쪽)으로부터 ‘수출한국의 기수’라고 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휘호는 박 전 대통령이 1977년 3월 무역협회에 선물했다. [김형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며 “우리 기업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연이어 찾아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세계경제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의 엔저 공세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기업이 많다”며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앞선 나라들을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였다면 이제는 선도형 경제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2조 달러 무역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실효적 지원을 펼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환율 문제를 언급한 건 대선 이후 처음이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 안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발언이 나오자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일본의 인위적 엔화 약세 정책에 맞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현재 감독·조세·통화정책 등 다각적인 환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첫째는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불리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외환 건전성 부담금 확대, 외국인 투자자금 과세 등 감독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과세를 빼곤 이미 시행 중이어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즉각 실행할 수 있다.

 다음은 조세 강화 카드다. 최근 외환이나 채권거래 중 투기적 자본거래에 대해 선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는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제도화되더라도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공조 없이는 효과가 반감되고 외국인 투자 이탈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을 쓰는 방법도 있다. 기준금리를 내려 국내외 금리차를 줄임으로써 외국인 투자의 기대 수익을 낮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작정 쓸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이날 엔화 대비 원화값은 한때 전날보다 5원 오른 100엔당 1150원대까지 올랐다 오후 5시 현재 1156원대에 거래됐다. 달러 대비 원화값도 장중 달러당 1076원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2.7원 떨어진 1078.5원에 장을 마쳤다.

 박 당선인은 이날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했다. 그는 “새로운 노사관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한국형 노사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양쪽이 대화를 통한 상생의 목표를 가져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며 “먼저 노와 사가 스스로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 원칙을 존중하겠고 경우에 따라 양쪽 모두 양보를 하거나 희생을 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8일 서울 중곡시장 방문 이후 12일 만이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 이현재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가 함께했다.

글=신용호·손해용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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