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한 ‘최종 파괴’ 협박하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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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외교관이 국제무대에서 남한에 대한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1등서기관인 전용룡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 파괴를 예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회의 참가국들의 규탄이 쏟아지자 “외국의 침략자에 대해 강한 대응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런 극언을 했다.

 북한의 대남(對南) 협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4년 3월 판문점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 과정에서 나온 ‘서울 불바다’ 위협에서 ‘서울의 모든 것을 통째로 날려버리겠다’는 지난해 4월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까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협박 수위도 계속 높아져 더 이상 쓸 말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다. 툭하면 쏟아내는 이런 유의 저질 공갈과 협박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더라도 최종 파괴 운운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절멸(絶滅) 계획을 뜻하는 ‘최종 해결(final solution)’을 연상시키는 반(反)인륜적 폭언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핵무기 실전배치 직전 단계까지 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무기는 ‘절대 무기’다. 서울에 한 발만 떨어져도 ‘최종 파괴’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다. 휴전선을 따라 배치한 장사정포로 ‘서울 불바다’를 위협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핵무기로 ‘최종 파괴’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최종 파괴’는 말해주고 있다. 남한을 핵 인질로 삼아 북한 뜻대로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다. 핵 그늘에 가위눌려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으로 남한 사회를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속셈을 정확하게 읽고, 외교와 군사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종 파괴’ 협박을 조무래기 외교관의 백일몽 같은 헛소리로 볼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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