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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석 다진 근·현대 165인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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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덕형씨는 “한 시대의 ‘거인’으로 꼽히는 인물들도 고뇌하고 번민하는 인간이었다”며 “국가·민족을 위한 대의를 이룬 그들의 인내와 성실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삶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바쳐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은 분들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분들이죠. 이 분들의 삶을 단순한 공적 나열식으로 펼치기보다, 자손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근현대 인물 165명의 열전 『한국의 명가』를 최근 펴낸 김덕형(71)씨를 19일 만났다. 그는 “각 인물의 삶에 극적인 요소가 많아 다양한 한류 콘텐트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 3권의 책에 담아낸 인물은 흥선대원군 이하응, 구당 유길준, 우당 이회영, 영계 길선주, 간송 전형필, 유민 홍진기, 지훈 조동탁, 후석 천관우 등 개항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사법·교육·문화·언론·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선각자들이다. 독립운동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김씨는 1972~74년 한 주간지에 101회에 걸쳐 근대 인물 이야기를 썼다. 이번에 출간한 책 ‘근대편’의 기본 내용이다. 그리고 40년 뒤인 2011년 주간지 연재를 다시 시작해 1년 동안 현대 인물 50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관뚜껑이 닫힌 이후라야 가능합니다. 흑백논리에 따라 ‘좋다’ ‘나쁘다’ 단정지어서도 안 되고요. 과(過)가 40%인 사람에게서도 60%인 공(功)은 인정해주고 닮으려고 해야지요. 그래서 친일 논란이 있는 육당 최남선과 개화파 박영효도 인물열전 목록에 올렸습니다.”

 그는 각 인물의 사생활에도 주목했다.

"공인의 삶과 사인의 삶을 함께 끌어가며 겪어야 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애환을 알고 싶어서였죠. 이를 위해 각 인물에 대해 증언해줄 사람들을 찾아 방방곡곡 다녔습니다.”

첫 부인에게서 낳은 두 아들을 잃은 뒤 죽는 날까지 핏줄 잇기를 소망했던 우남 이승만, 거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형제들과 함께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바치고 자기 자손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은 성재 이시영 등의 이야기는 그렇게 모아졌다. 돈이 없어 이시영의 손자 중 대학을 졸업한 이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들의 뒷이야기를 속보(續報)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 인터넷신문 ‘피플 투데이’도 창간할 계획이다.

 “신문에선 뉴스를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갈 겁니다. 난세였던 근현대에선 독립운동·민주화운동을 했던 인물이 많이 나왔지만, 이젠 세계로 뻗어가는 인재들이 인물열전의 주인공이 되겠지요.”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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