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하경제 너무 옥죄면 해외로 돈 탈출 역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이런 지하경제를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세청은 최근 지하경제 근절 방안 중 하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집하는 금융 정보를 직접 열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어치의 현금을 들고 은행 창구에 와 돈을 보내 달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좀 이상합니다. 간편하게 계좌이체를 하면 될 텐데 왜 1만원짜리 5000장을 들고 오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할까요. 아마 계좌 이체 내역을 남기기 싫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회사들은 이런 이상한 거래를 하는 사람을 보면 즉각 FIU에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1000만원 이상 되는 의심스러운 거래나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는 FIU에 통보가 됩니다. FIU는 이중에서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거래에 한해 검찰이나 국세청에 통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FIU가 넘겨주는 사례가 너무 적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직접 이 내역을 볼 수 있게 해준다면 탈세를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고요. 효과는 클 겁니다. 세무전문가인 국세청이 금융정보를 보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거액 자산가들은 떨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국세청이 자유롭게 개인의 금융정보를 볼 수 있다면 부작용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거래가 위축되고,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지하경제를 압박할 경우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역외 탈세인데, 국세청의 압박에 못 견디면 세금이 낮은 홍콩 같은 곳으로 돈이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정말 문제입니다. 사실 돈이 영원히 지하 금고에 묻혀 있지 않는 한 완벽한 지하경제란 없습니다. 거래 단계별로 다양한 세금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이 돈이 아예 외국으로 간다면 우리나라 과세당국에는 영원히 포착되지 않는 완벽한 지하경제가 되는 것이지요.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