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우스를 흔들면 포맷 속도가 따따블! [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드디스크 포맷에 얽힌 미스터리 10가지

내친김에 제대로 테스트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3.5인치 디스켓으로 부팅 디스크를 만들어 도스로 부팅한 뒤 도스 명령으로 포맷을 했을 때의 시간과, 윈도로 부팅한 뒤 윈도 탐색기에서 포맷하는 시간을 비교했다. 20GB짜리 하드디스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도스에서는 15분 16초, 윈도에서는 1분 26초가 걸렸다.

도스보다 윈도에서 포맷할 때의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왜 그럴까? 윈도에서의 포맷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까지 알고 있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스 포맷 명령은 '불량 섹터 매핑'이라는 다른 작업도 함께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데이터를 이상 없이 저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불량 섹터 매핑은 모든 섹터의 헤더를 읽어서 섹터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고, 불량 섹터가 있으면 그 섹터가 있는 클러스터는 FAT에 불량이라고 표시해 시스템이 그 클러스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윈도 95·98·Me 등은 그 과정을 생략하고 포맷한 뒤, '디스크 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사하는 것이 좋다는 안내 메시지만 내보낸다. 따라서 도스보다 윈도가 포맷을 빨리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이번에는 윈도에서 마우스를 빙글빙글 돌리면 얼마나 시간이 단축되는지 시간을 재보았다. 포맷 명령을 내린 뒤 바로 마우스를 흔들었더니, 단 18초 만에 20GB짜리 하드디스크를 100% 포맷할 수 있었다. 이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상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이면 포맷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이것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몇 가지 궁금증을 차례로 풀어보았다.

Q1 : 마우스를 빨리 흔들수록 포맷 속도 역시 빨라지나?

A1 : 그렇지 않다. 너무 느리게 마우스를 움직이면 아예 포맷 속도가 빨라지지 않으며, 어느 정도 속도 이상만 되면 팔에 쥐가 나도록 최선을 다해 빨리 돌릴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포맷 속도는 마찬가지다.

Q2 : 마우스를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되나? 특별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빨라지는 것은 아닌가?

A2 : 동그라미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좌우로만 빠르게 이동하거나, 위아래로 재빨리 움직이면 효과를 보지 못했다.

Q3 : 포맷에는 '빠른 포맷'과 '전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윈도에서 수행하는 포맷은 도스의 빠른 포맷과 같기 때문에 빠른 것이 아닐까?

A3 : 그렇지 않다. 한 번도 포맷을 한 적이 없는 새 하드디스크는 아예 '빠른 포맷' 명령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불량 섹터 매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윈도 포맷이 더 빠른 것이다.

Q4 : 도스의 '빠른 포맷'보다 마우스 돌리는 포맷 방법이 더 빠른가? 즉, 이 방법이 가장 빠른 포맷 방법인가?

A4 : 아니다. 20GB짜리 하드디스크를 도스에서 '빠른 포맷'으로 돌렸을 때는 11.4초만 에 끝났다.

Q5 : 마우스는 PS/2 방식이든 USB 방식이든 가리지 않고 돌리기만 하면 포맷 속도가 빨라지나?

A5 : 그렇다. PS/2, USB 방식 모두 테스트해 보았는데 마우스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다.

Q6 : PS/2 포트에 연결해 쓰는 장치로는 마우스 외에 키보드가 있다. 키보드를 빨리 눌러도 포맷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A6 : 아니다. 키보드로 테스트할 때는 윈도의 단축 키와 맞물려 오작동하는 일이 생기고, 단축 키와 중복되지 않는 것만 빠르게 연타했을 때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Q7 : 하드디스크 종류에 상관없이 포맷 속도가 빨라지는가?

A7 : 울트라 DMA33, 울트라 DMA66, 울트라 DMA100을 이용하는 하드디스크를 테스트해 보았는데 모두 빨라졌다. 회전 속도 역시 가리지 않는다. 5,400rpm과 7,200rpm 두 방식 모두 빨라진다.

Q8 :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 프라이머리 마스터·슬레이브, 세컨더리 마스터·슬레이브가 그것이다. 어디에 연결하더라도 빨라지나?

A8 : 프라이머리 마스터는 테스트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윈도가 깔려 있는 프라이머리 마스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가지 방법은 모두 빨라진다.

Q9 : 메인보드 칩셋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나?

A9 : 그렇지 않다. 테스트한 메인보드 칩셋은 인텔 440BX, 인텔 820, 인텔 815, 인텔 815EP, 비아 694X 등이었다. 메인보드를 가리지 않고 모두 빨라졌다.

Q10 : 그렇다면, 왜 마우스를 흔들면 포맷 속도가 빨라지는가?

A10 : 이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드디스크를 직접 제조하는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 CS팀에 근무하는 직원을 인터뷰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메인보드 제조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유명 하드웨어 관련 인터넷 사이트 직원 등 수많은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반응은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와 같은 "글쎄, 나도 모르겠다."였다. 호기심의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실제 테스트를 통해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는 성공했다.

자료제공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