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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당선자측, 인터넷 홍보하며 맞설땐 맞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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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부 언론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에 정책보도를 둘러싸고 갈등조짐이 나타나면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 측의 언론보도 대응 원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의 전개 방향에 따라 앞으로 새 정부의 언론정책을 점쳐 볼 수 있어서다.

◇인수위의 언론대응=인수위는 지난 16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반론보도를 신청했다.

이 신문 14일자 '삼성타워팰리스 내사'보도와 관련해 "인수위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없는데도 검찰수사가 마치 인수위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줬다"는게 이유다.

게다가 인수위가 매일 내는 공보자료인 '인수위 브리핑'은 6일 첫 발간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나 1면 톱에서 언론문제를 다뤘다.

16일자(10호)는 '언론자유-보도책임 함께 중시', 앞서 10일자(5호)는 '새 정부 언론정책 법과 원칙대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닷새 간격으로 톱을 할애할 만큼 언론문제를 중요하게 다룬 것이다.

◇대응 원칙=당선자 측의 한 소식통은 언론보도 대응과 관련해 ▶원칙에 어긋나면 단호하게 대처한다▶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연하게 대한다▶이전에 (언론과 관련해)발언한 것을 모두 다 그대로 하지 않고 가려서 한다는, 개략적인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당선자 측이 대선기간 중 가장 뚜렷한 언론관을 보였고, 이에 따라 일부 언론으로부터 역대 어느 대선후보보다 더 심하게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선기간 중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1992년 정주영 후보, 97년 이인제 후보 측이 특정 언론과 크게 대립하면서 신문의 발송을 가로막거나 취재거부.광고중지 등으로 격렬하게 대응했는데 이번 대선에선 그런 일이 전혀 없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치열한 대선전의 와중에도 盧후보 캠프가 언론보도에 정면으로 대응한 것은 단 한건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기사는 조선일보 7월 3일자에 난 "말 못하는 盧후보/서해도발 나흘째 뚜렷한 입장 안밝혀/盧측 '민감한 주제는 얘기해봐야 손해'"였다.

이 사건은 중재위에서 조선일보 측이 반론보도에 합의하고 '노무현 후보의 반론보도문'을 지면에 게재하는 것으로 끝났다.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이런 태도는 앞으로 새 정부가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기조가 될 것이라는 게 당선자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인터넷 정치=당선자 측의 미디어 대책과 관련해 눈에 띄는 부분이 적극적인 인터넷 활용이다.

대선전 盧후보 캠프는 "잘못된 보도, 부당한 보도, 적절치 않은 보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에게 바로 전달하면서 일일이 목소리를 내 국민적 이해를 구하고 판단토록 한다"는 전략을 세워 행동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특보단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당선자측은 대선과정에서 후보 홈페이지와 온.오프라인으로 발행된 공보자료 '노무현 브리핑'을 통해 할 말을 다했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서 당선자 측의 향후 언론대응 방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당선자 측의 한 공보관계자는 "앞으로 당선자의 평소 발언과 언론계 내부의 여론을 종합해, 시대 흐름과 당선자의 철학에 부합하는 언론 대응원칙의 골격을 만들어 현안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자 본인이 그 어느 언론특보보다 언론관과 언론정책, 언론역할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다"며 "앞으로의 언론정책은 당선자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盧당선자는 대선기간인 지난해 11월 1일 MBC의 '미디어 비평'에 출연해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고 정치는 정치의 길을 간다. 서로 덕보지도 않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언론 보도 대응은 물론 관련 정책의 전체적인 바탕이 될 것이라는 게 당선자 측근들의 말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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