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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러브·레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나이 오십 줄에 그동안 틈틈이 써 모아두었던 원고뭉치 속에서 시·수필 한 편씩을 뽑아 모 잡지사에 투고했더니 뜻밖에도 여류 신인문학상에 당선과 가작의 영예를 함께 차지하여 집 안에 온통 화제가 되었었다. 그런데 그 후로 사방에서 편지가 수없이 날아들었다.
심지어 꽃봉투 속에 소위 「러브·레터」인가 하는 것들을 정성껏 써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보내는 통에 진땀을 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말의 서글픔(?)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내가 늙었다는 허무감에서가 아니라, 우리네 처녀시절에 비하면 선택의 자유와 환경이 훨씬 넓어지고 좋아졌다는 현대에 있어서도 역시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연인기근(?)의 외로움 속에 방황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에서였다.
여름밤의 형광등이 조는 대청 위-「릴케」의 시구 하나로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는 내 아들의 외로운 뒷모습에서, 나는 「코리아의 청춘」들의 마음을 짚어보면서, 어서 아름답고 착한 연인들이 그들 앞에도 나타나 주었으면…하고 빌어 본다. <김차옥·주부57세·충남 아산군 온양읍 온천리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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