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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鄭-李 갈등' 뿌리 깊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비정상적인 공동위원장 체제는 출범 초기부터 적지 않은 진통 속에 출발했다.

1997년 민주당과 자민련 공동정권의 대선 승리에 따른 자민련 몫 배분 차원에서 박세직씨가 98년 5월 2대 조직위원장에 취임했지만 지난해 8월 물러났다.

당시 정몽준 KOWOC 부위원장의 위원장 승계가 유력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협조 등 대외적인 업무와 정부 관련기관과의 협조 등 대내적인 업무를 이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명분에 따라 공동위원장제가 탄생했다.

공동위원장 체제는 지난 1일 본선 조 추첨식까지는 표면적으로 큰 갈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년도 우승국 프랑스로부터 건네받는 FIFA컵을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정위원장이 받게 되고,조 추첨자로 단상에 오르는 기회도 정위원장에게 돌아가자 행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이위원장의 분노가 컸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조 추첨 다음날인 2일 이위원장이 예약한 서울행 비행기편 일등석 좌석이 뒤늦게 예약한 정위원장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등에게 밀려 비즈니스석으로 바뀌면서 이위원장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OWOC 관계자는 17일 "두 위원장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며 "심지어 결제 도장 순서에서 누가 먼저냐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국내 업무는 이위원장이 전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위원장이 먼저 결제해 왔으나 최근 정위원장이 내외업무 구분없이 자신이 먼저 결제하겠다고 나서 수차례 잡음이 일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결의문 채택으로 양 위원장간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연택 위원장의 공식 반응은 없지만 조직위측은 "월드컵 대회와 관련한 계약 당사자는 축구협회뿐 아니라 조직위도 당사자"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문화관광부가 빨리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5개월 남짓 남은 월드컵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

◇ 공동위원장 체제 일지

▶2000년 8월 8일 박세직 조직위원장 사퇴, 정몽준 위원장대행 체제 ▶10월 7일 임시 조직위원회의에서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 선임 ▶11월 국정감사에서 홈페이지 문제 드러나 사무총장.홍보실장 경질

▶2001년 11월 말 FIFA컵 인수자 선정문제로 양 위원장 갈등 촉발 ▶11월 29일 이위원장 주최 만찬에 조직위 내 정위원장 측근들 대거 불참 ▶11월 30일 현대차 굿윌볼 발대식(정위원장 참석)과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 방문(이위원장 안내)때 의전문제 놓고 갈등 ▶12월 2일 축구협회측의 이위원장 항공기 1등석 배정 취소 문제 발생 ▶12월 17일 축구협회 긴급이사회에서 결의문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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