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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외국SW 국내시장서 `헐값'

중앙일보

입력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외국기업들이 제품을 헐값에 내놓고 있다.

이들 외국 기업은 해외에서는 동종의 국내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명성을 누리면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토종 기업들의 벽을 넘지 못해 자존심을 버리고 저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지명도가 높은 안철수연구소가 버티고 있는 컴퓨터 안티 바이러스 백신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내년 시장을 겨냥, 조만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백신 신제품 `PC실린2002'의 가격을 2만원대 후반으로 정했다.

이는 기존 `PC실린2001'이 4만원 정도에서 시중에 유통되던 것에 비하면 가격을대폭 낮춘 것이다.

PC실린2001은 미국에서 300달러(36만원)에 판매돼 국내에서는 10분의 1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반면 경쟁 제품인 안철수연구소의 `V3 프로 2002 디럭스'의 경우 5만원에 부가세까지 별도로 받고 있다.

또다른 미국 기업인 시만텍도 최근 출시한 백신, 개인방화벽, 콘텐츠 필터링 기능을 하나로 묶은 노턴인터넷시큐리티(NIS) 제품을 기존 백신 가격(3만5천원)보다낮은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가는 5만원으로 정했지만 실제로는 3만원에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들 외국업체는 가격을 낮추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PC 제조사와 계약을통해 PC와 함께 묶어 파는 방식으로 저가에 공급하고 대량으로 구입할 경우 정가의 5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까지 헐값으로 팔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실제로 시만텍코리아의 경우 노턴인터넷시큐리티 제품을 PC방이나 학교에서 50개 이상 구입할 경우 최대 90%까지 깎아준다.

반면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올바른 가격질서 유지를 위해 PC와 묶어 파는 것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고 사용자 50명 이상이 단체로 구입할 경우도 3만1천원으로 할인율을 40% 이하로 적용하고 있다.

국내 웹에디터(홈페이지 저작) 프로그램 시장에서도 외국업체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고개를 숙이기는 마찬가지. 미국의 매크로미디어사는 지난 6월 국내에서 정가가 42만2천400원짜리인 자사의웹에디터 제품 `드림위버 4.0'을 개인사용자에 한해 6만9천3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는 국내 웹 에디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토종 기업인 나모인터랙티브의 아성을 허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산 소프트웨어는 싸구려, 외제는 고가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그러나 걸출한 국산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국산이 제값을 다 받고 서비스로 승부하는 반면, 외국 제품들은 시장을 파고 들기위해 가격을 후려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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