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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60시간씩 12주 일하면 산재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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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리사 조모(55)씨는 1년 전 한식당에서 일하던 중 주방에서 쓰러졌다. 그는 5년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평일에 하루 12시간, 토요일엔 6시간씩 일주일에 66시간을 일했다. 조씨는 병원에서 과로로 인한 ‘뇌경색’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만성과로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려면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는 애매한 기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조씨 같은 사람이 산재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산재 판단의 기준인 업무상 질병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업무상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추가하고 질병 판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14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만성과로의 인정 기준이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우’로 명확해진다.

또 직업성 암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이 현행 9가지에서 23가지로 늘어난다. 이 물질과 연관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암도 기존 피부암·폐암 등 9가지에서 위암·유방암 등 21가지로 확대된다.

최근 잇따라 사고가 일어난 불산(불화수소) 등 8가지가 급성 중독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로 추가된다. 업무상 충격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정신질환으로는 처음으로 산재 인정 대상에 포함된다.

 송재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자는 산재 신청을 쉽게 할 수 있고, 공단도 산재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질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은 총 9267건으로 이 중 3605건(38.9%)이 인정을 받았다. 과로 등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병은 2300건이 접수돼 350건(15.2%)만 산재 처리됐다. 고용부 김경윤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이달 말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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