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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폭발력, 한미러 7kt 안팎 vs 독일 40k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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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2일 북한이 실시한 3차 핵실험에 대해 한국 정부와 외국 기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진 규모와 폭발력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다르다. 정부는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소 등에서 측정된 인공지진 규모(MB) 4.9를 근거로 다이너마이트(TNT) 6∼7kt의 폭발력으로 추정했다. 소형화 성공 척도인 10kt에는 모자란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할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며 핵실험 실패 쪽에 무게를 실었다. 러시아도 7kt의 폭발력을 추정했고, 미국 역시 수kt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추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독일 정부 산하 연방지질자원연구소(BGR)는 이번 실험의 폭발력이 40kt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BGR은 한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산출방식이나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워낙 차이가 커 정밀분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채 “소형화·다종화에 성공했다”며 “그 위력과 수준에 대해서는 우리의 핵실험을 관측한 적들 자신이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제조할 수준의 실험을 성공했다는 얘기다.

 북한이 어떤 핵물질을 사용했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군은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 채집한 공기를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보내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 증거인 제논과 크립톤이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 공기에는 없는 제논이나 크립톤의 양을 분석하면 플루토늄을 사용했는지, 고농축우라늄(HEU)을 썼는지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기 중 방사능 물질은 핵실험 72시간 이후에는 포집이 어려워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자칫 2009년 핵실험 때처럼 포집에 실패할 경우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 부족의 한계로 정확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북한은 무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한 뒤 무기를 공개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며 “북한이 최근 공개한 중거리탄도탄(IRBM) 이동식 발사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무기 개발에 관여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실제로 미사일에 핵을 탑재했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핵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 KN-08이라고 부르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북한에선 핵미사일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면 북핵 정책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아직 미사일에 실을 정도로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해 실전 배치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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