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BC 장악의 비법, 바깥쪽을 지배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윤석민(왼쪽)이 14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WBC 대표팀 훈련에서 한용덕 코치를 타석에 세운 채 피칭을 하고 있다. 윤석민은 WBC 스트라이크존을 의식해 바깥쪽 공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도류(대만)=김민규 기자]

“나이스 볼! 치라고 알려줘도 못 치겠다!”

 14일 대만 도류구장의 불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27·KIA)이 힘껏 뿌린 직구가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공을 받은 포수 강민호(28·롯데)가 “바깥쪽 하나 더!”라고 크게 소리쳤다. 이번엔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꺾여나가는 변화구. 타석에 있던 한용덕(48) 투수코치는 날카로운 공에 몸을 움찔했다. 윤석민의 바깥쪽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양상문(52) 대표팀 수석코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 왼손 투수 중에선 박희수(30·SK)가 바깥쪽 공을 잘 던진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박희수가 바깥쪽 공략에 가장 능하다. 그래서 박희수가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2006년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일본 대표팀 이시이 히로토시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때려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WBC는 국내 리그보다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준다. 일본 스트라이크존은 상하보다 좌우 폭이 넓다. [사진 스포츠호치]

 WBC는 ‘아웃사이드(바깥쪽) 전쟁’이다.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를 경험한 선수들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들은 바깥쪽 존을 최대한 활용해 던져야 하고, 타자들은 바깥쪽 공을 잘 때려내야 한다.

 WBC 예선 라운드는 미국 마이너리그, 본선 라운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대개 주심을 본다. 미국 스트라이크존이 곧 WBC 스트라이크존인 셈이다.

 김태균(31·한화)은 “미국 심판들은 몸쪽에 박하고, 바깥쪽에 후한 성향을 보인다. 투수는 바깥쪽 존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투가 나오는데 그걸 놓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태균은 2회 대회 1라운드 첫 일본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로부터 좌중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바깥쪽을 겨냥한 직구가 가운데로 조금 몰리자 여지 없이 받아쳤다. 방망이가 닿지 않는 바깥쪽 공은 참아야 한다.

 이승엽(37·삼성)이 1회 대회 일본전에서 역전 투런홈런을 때린 코스도 바깥쪽이었다. 왼손 투수 이시히 히로토시가 던진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빠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31·일본 오릭스)도 몸쪽보다는 바깥쪽 공을 참거나 받아치는 데 능하다.

 대표팀 타격훈련도 아웃사이드 공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14일 프리배팅을 한 김태균은 홈런 타구 3개를 터뜨리고도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3개 모두 잡아당겨 만든 타구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 타격이 아직 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웃사이드 전쟁’은 한국 대표팀에 불리하지 않다. 일본은 바깥쪽보다 ‘인사이드 승부’에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심판들은 몸쪽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줘 일본 투수들은 대체로 인사이드 공략에 능하다. 그 때문에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은 대부분 바깥쪽 승부에서 나왔다. 도류(대만)=

글=유병민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