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들에게 소외된 대서울 새서울계획 (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8·15를 맞아 서울시는 대서울의 기본 진로가 될 마스터플랜과 새수도 새서울 백지계획을발표 시청 앞 광장에서 전시하고있다. 김현옥시장이 취임한 뒤 4개월-입안과 모형제작에 60일이 걸렸다는 이 「졸속」계획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는가. 10여명의 관계학자 및 실무자들의 의견을 엮어본다.
남향한 3두마차
서울시는 도시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관청 및 일반기업체 등 중추기능을 용산과 남서울· 영등포 등으로 분산, 현 중앙청 부근과 함께 4개의 축을 형성시키겠다고 했다.
과연 중추기능의 분산이 도시집중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관청의 분산은 그 관청간의 교통만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시민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몇몇 관청이 옮아간다고해서 시민이 그리로 분산되며, 곧 도시의 인구분산이 꾀해진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
현대기업이 도심에 집중하는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데 있는 것이니 어떤 관청을 따라 기업체본사가 외로이 떨어져 나가리라고 볼 수는 없고 독립 된 후생 및 생산시설을 갖춘 뉴타운을 세우지 않는한 그곳의 시민이 도심에 몰리는 현장은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뉴타운」건조에 필요한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구가로망계획선해제는 얼핏 그 해제를 위해 이른바 기본계획이 급조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혹이 많다.
해제 앞서 재개발
지금 풀어놓은 가로망에 걸려있던 많은 시민은 당장 환영할 것이지만 애당초 지금의 단총골목에 고충건물을 허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래도 현재의 좁은폭으로 그 인파를 담당해 낼 것인가. 이 선 해제는 당연히 도심부재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계획이 이루어진 뒤에 해야할 것이다. 한번 풀기는 쉬워도 다시 묶으려할 때는 힘들 것이며 콘크리트 고층 건물 위에 선을 몇백번 그어 보았자 헐어낼 수는 없을 것이기에.
3천억원의 돈으로 20년간 대서울을 일변시키겠다고 했다. 그 계획안에는 68킬로 길이의 지하철 계획을 비롯해서 총 93킬로의 고속도로, 50밀리의 폭우를 견딜 수 있는 하수도 건설과 5백만 시민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상수도 계획등도 포함되어있다.
돈드는 지하·고속
외자를 3분의1 가량 기대한다고 해도 연간 1백억원, 현 서울시 1년 예산만큼 투자해야하며 실경 그만한 투자를 하더라도 3천억의 5분의1가량이 지하철 공사에,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입체교차로를 포합한 고속도로등에 들어갈 터인데 언제 그 길이도 구조도 알지 못하고 있는 하수도 상수도 공사를 한단 말인가.
외자 및 국고보조라고해도 결국 시민의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그리고 과연 이만한 돈을 생산시선에 우선하여 도시 토목사업에 투자해야하느냐는 것에도 많은 의문을 나타냈다.
21세기의「비전」을
1985년은 2천년대를 15년 앞둔 그야말로 21세기의 문턱. 기술혁신 및『과학성을 재고한다』고 계획 이념에서 주장한 것과는 달리 이번 계획에는 기술혁신이니 과학성은 전연 고려밖. 그저 무턱대고 고속도로망, 고속도로 계획이 그렇고 고가철 혹은 지하철계획에 있어 이미 외국에서 쓰고있는 앞선 기술이나 계획 마저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가로백주 조명계획도 이미 월남같은데선 우주달을 쏘아 올려 밤길을 밝히는 판에 20년 후까지 형광등으로 전시가를 밝히겠다는 그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연료 및 에너지혁명에서 일어날 교통, 생활양식의 혁신 가능성에 대한 전제도 없다.
결국 이번의 마스터 플랜은 예나 다름 없이 기본 계획이 아닌 도로건설계획도 정드-어떤 사람은 제 땅에 금을 긋는다면 그렇게 무리하게 또 대단하게 금 글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하면서 결국 그 마스터플랜 그의의 마저 알지 못하는 지도 위의 그림이라는 평.
계획아닌 도로계획
굳이 봐준다면 물리적인 계획을 흉내 내었을 정도-기본계획에서 먼저 검도되었어야 할 사회적 기본계획-경제·시민소득·풍습·습관·생활양식 등 전체적인 기본 계획이다.
지도위의 5색도
무궁화 새서울은 16세기의 르네상스 당시 이상도시에 너무나 닯았다.
이 그림은 무궁화 5개 꽃잎 안에 억지로 4각의 도로망을 꾸며 넣은 것. 도시건설에서 예약된 형태가 기능을 지배하며 가로가 패턴(형태)을 결정 지을 수는 없는 것. 더구나 대서울에서는 중추기능을 분산시키고 이곳에서는 합치겠다니 20년 안에 건설 될 도시는 과연 어떤 것인가. 시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모한 선전이 아닌가. 거의 전부의 의견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애드벌룬이라고 일축.
시당국은 『도시계획은 크게 잡을수록 좋다』고 했지만 잘못된 계획은 크게 잡으면 잡을수록 그 피해는 더욱 커지는 법. 그 잘못은 쉼사리 회복할 수 조차 없으니 차근차근 근거있는 계획을, 조심성 있는 선을 그었으면하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졸속보다 여건을
그러자면 우선 국토계획이 앞서야하고 토지이용계획과 진경한 의미에서의 도심지 재개발이 있어야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3개월만에 5천년 고도를 일변시킨다는 그런 무모한 졸속을 엾애기 위해 모두 함께 의논한느 연구기관의 설정을 제안했다.
그리고 하나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차분한 계획이 아쉽다고 했다. 우선 4백만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조그만 폭우에도 물바다가 되는 하수도를 재건하는 젓이 꿈의 「환상곡」보다 더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도시문제·도시계획의 「붐」을 불러일으킨 점만은 높게 평가되었다.<기자· 박지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