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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연도 「막사이사이」상 사회사업 부문에 가나안 농장의 김용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의 농민 철학자 김용기(59)씨가 66연도 사회사업 부문의 「막사이사이」수상자로 결정되었다.
「막사이사이」재단 관리 위원회는 13일 김씨가 『농업의 개선과 농촌 생활에 기쁨과 권위를 부어넣는데 기독교의 교리를 실제로 적용한 공로』 때문에 수상자로 결정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조그만 일이 국제적인 상을 타게 되다니 도리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외신을 타고 「막사이사이」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13일 하오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풍산리「가나안」농군 학교 농장에서 이 영광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김용기씨는 그리 놀래는 기색도 없이 흙손을 툭툭 털며 겸손해 했다. 베잠방이를 걸친 작달 만한 몸집하며 벗어진 이마 너머로 머릿발이 희끗희끗한 그는 평범한 중로의 농군이었다. 흙 속에 묻혀 흙과 더불어 36년, 그야말로 신앙과 의지의 생활이었다.
고향인 경기도 양주군 와부면 능내리에서 어려서는 한학을, 19세때 4년제 사립 광동 중학(지금은 없음)을 나온 것이 그의 학력의 모두.
『가난을 이기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가리킨 선친의 유언을 쫓아 23세때 고향 마을에 「봉안이상촌」을 건설한 것이 오늘에의 디딤돌이 되었다. 경기도 고양과 용인에서는 개량농법인「복음 농도」를 전파했고 20여년 땀에 전 체험을 살려 이곳 황산(거친 산)에 도전한 것은 11년전 늦가을. 자갈과 나무뿌리로 뒤덮인 황산에 팽이를 지른지 8년 만에 8천평을 개간, 농장으로 만들고 2천 평은 목축지로 가꾸었다.
여기에다 다각농법을 써서 5색 과일을 비롯, 쌍을 빼논 각종 잡곡을 1년 내내 쉬지 않고 거둬들이고 「앙고라」·칠면조 등 갖가지 가축도 길러 낸다. 황산은 마침내 희망과 감동과 축복이 깃들인 복지로 바뀌어진 것이다. 다각 농업 성공의 비결을 김씨는 단지 「성의」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했다. 특별한 영농 기술이나 설비 없이도 『하니까 되더라』는 언행일치의 산 교훈을 보여준 셈. 지난 62년 2월부터는 전국 각도에서 뽑혀 온 남녀 지망자들에게 이 농군의 얼을 심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학생만도 1천7백60명. 그는 앞으로 20년 내에 20만 명의 농촌지도원을 길러 내어 농촌에 활기를 불어 놓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뒷바라지는 김씨 일가에서 모두 맡고 있다. 신앙과 인간 개조의 교장 김씨. 일반 농업에는 장남이자 교감인 종일(36)씨, 축산과 훈육에 차남 범일(31)씨, 부인 김봉희(55)여사와 며느리 윤숙종(32)씨는 가사 전반을, 큰딸 활란(26)양은 영양학, 활란양의 약혼자 임명철(31)씨는 농촌 법률을.
「가나안」교회의 장로 이기 도한 김씨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바이블」이라 했다.
그러나 요즘 그는 불경과 사서삼경을 탐독하고 있다. 이유인즉『유교의 와식(누워먹음)사상과 불교의 좌식(앉아 먹음)사상이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고질적인 피폐의 원인을 파헤쳐 보기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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