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완)헌법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의 제정 당시부터 그 전문과 특히 영토 조항에서 북한까지를 지배할 완전 헌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함은 공지의 사실이다.
제5차 개헌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에 있어서는 그밖에도 부칙8조에서 「국토 수복」을 규정함으로써 통일 문제에 대한 종래의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 의욕을 보여주었으며, 아울러 제87조에서 국가 안보 회의의 설치를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의욕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전문, 영토 조항, 특히 국토 수복 조항은 통일의 전후를 막론하고 이 헌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과(통일 방법), 모든 정치적 국가기관에 통일을 추진할 의무를 명한 것(통일 의무)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보면 현행 헌법 아래서는 한국 정부가 이 헌법의 소정 절차에 따라 통일을 추진해야 할 구속을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을 좀더 분석해 본다면 첫째 헌법 부칙8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 정수를 선거법으로 재조정한 후, 북한만의 선거로 의석을 보충하거나 불연이면 의원직 총사퇴후 남북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통일의 구체적 방법이 될 것이요, 둘째 통일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헌법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입법적으로 변경을 가하는 이른바 묵시적 헌법개정이라든지, 개별적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헌법 이탈이 허용될 수 없고, 헌법 정지가 인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요, 헌법개정도 그 한계를 넘어서 공산당 계열을 합법화시키는 개정은 할 수 없다.
세째, 현행 헌법은 서독 기본법 146조와 같은 내용의 통일 조항을 두지 아니한 결과로 통일 논의도 현행 헌법에 의한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니, 헌법의 기본 이념을 부인하는 경우, 즉 일반적 헌법 보류로서의 국가적 안전을 파괴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 헌법에 근거한 제재 입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한국 헌법상으로 본 통일 방향은 서독의 경우와 여러모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법이라는 명칭에서 시작하여 전문, 영토 조항(23조) 및 통독 조항(146조) 등에서 잠정 헌법임을 자인하고 있는 서독 기본법은 평화적 통독 방법으로서 통독 조항에서 전독일헌법의 제정을 예상함과 아울러, 영토 조항에서 서독 연방에의 미가맹 지역인 동독 지역의 자발적 가맹을 통한 기본법 하의 전체적 또는 부분적 통독의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주도한 양면작전적 배려를 하고 있으며 통독 조항은 기본법의 효력을 전 독일 헌법발효일에 상실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양자는 동일 헌법의 개정 관계가 아니므로 개정 권의 한계의 문제가 개재할 여지가 없다는 것, 전독일헌법 발효일 까지는 기본법 그 자체(그 아래서 연방헌재는 1952년 10월 23일 판결로 독일국 사회당을, 1956년 8월 17일 판결로 독일 공산당을 금지했다)의 개정은 79조에 의한 성문적 한계 기타 헌법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 전독일헌법 성립 이전에 있어서도 헌법 제정 권력의 활동은 구속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독 조항은 적극적인 재통일 명령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전독일헌법은 민주적 및 자주적 결정으로 성립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늘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분단국가의 통일 방안이 자유 통일과 공산 통일의 양단 간 택일로 운명지어지고 있을진대, 이를 헌법적 측면에서 유형화해 본다면, 민주적 갑헌법으로 통일되는 경우, 새로운 병헌법이 통일 헌법으로 제정되는 경우, 공산적 을헌법으로 통일되는 경우로 나누고, 병헌법은 다시 갑헌법의 기본 이념을 대부분 유지하는 준갑헌법, 을헌법의 기본 이념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는 준을헌법 및 갑·을 양헌법위의 연방헌법이라는 형식의 준을헌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민주적 통일 방법은 갑헌법 또는 최소한 준갑헌법이고 기타는 모두 헌법 파괴적 공산 통일을 의미함이 명백하다.
그러면 준갑헌법이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헌법 제정 권력의 교체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헌법 폐지를 통한 민주적 신 헌법의 제정으로 갑헌법전의 조문을 그대로 살리는 방법과 완전히 별개의 헌법을 기초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평상적 헌법 이론 하에서는 문제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승공의 정치적·경제적·정신적 성산이 확립된 후의 이야기다.
끝으로 한국 통일은 우리 헌법 절차에 의해야 한다는 것, 모든 통일 논의와 국제 관계에 대한 국가적 수준에서의 면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국력 배양과 정신 무장이 통일의 첩경이라는 것을 말해 둔다. <서울대 법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