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전력분석] C조- 터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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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에 등장한 투르크의 전사.'

터키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무려 48년만에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어느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리적으로 터키는 보스포로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량역할을 하면서 거센 풍파를 헤쳐왔듯이 축구 역사도 순탄치 않았다.

1923년 축구협회가 설립되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지만 인구의 99.8%가이슬람교도로 서방을 경계한 탓에 초기에는 축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역예선에서 스페인과 1승1무1패를 기록한뒤 추첨까지 하는 우여곡절끝에 54년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은 터키는 당시 2조에서 한국, 헝가리, 서독과 함께 편성됐다.

2차전에서 한국을 만나 1차전때 서독에 1-4로 패한 것을 분풀이하듯 7-0 대승을거뒀지만 끝내 8강전에 오르지 못한채 첫 출전에 1승을 거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슬람교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58년 스웨덴월드컵을 건너뛴 터키는 빈약한 국내경제 사정과 맞물려 기량을 키우지 못했고 번번이 유럽예선을 통과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터키는 급속한 경제발전속에 축구에서도 변방국가의 오명을 완전히씻어내는데 성공했다.

프로축구가 활성화하면서 역도와 함께 축구가 국기로 떠받들려지고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3위까지 상승한 상태.

급기야 '99-2000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명문 갈라타사라이가 정상에 올라유럽대륙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지난 해 유로2000에서는 8강에 진출, 명실공히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스웨덴, 슬로바키아, 몰도바, 마케도니아 등과 함께 유럽의 4조에 편성돼 6승3무1패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오스트리아를 연파하고 반세기만의 본선에 진출을 달성했다.

▲기본 전술과 포메이션 4-4-2 시스템이 기본 포메이션인 터키는 전형적으로 힘과 조직력에 주안점을 둔유럽 축구를 구사한다.

96년부터 붙박이로 자리를 지키는 있는 수문장 루스투 레츠베르(페네르바체)가그물망 수비를 펼치는 가운데 알파이 오잘란(아스톤 빌라)이 주축인 수비라인은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면서 물샐 틈 없이 두터운 방어진을 구축했다.

반면 안정된 수비에 비해 공격력은 처진다는 평가다.

걸출한 스트라이커 하칸 수쿠르(인터 밀란)가 자랑이지만 그와 보조를 마땅한공격수가 없고 미드필드에서도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공격루트가 단순하다는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집중 마크를 당하는 수쿠르가 상대 수비에 발목이 잡힌다면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해 곤욕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명문 클럽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주축인 터키대표팀의 최대 장점은 오래 손발을 맞추면서 닦아낸 탄탄한 조직력이다.

자국내에서 오랜기간 경기를 치러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톱니바퀴 처럼 맞물려가는 완벽한 조직력으로 쉽게 허물어 지지 않는 강점이 있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터키가 자랑하는 슈퍼스타는 `보스포르스의 황소'라고 불리는 하칸 수쿠르다.

갈라타사라이 시절 UEFA컵 우승을 차지했던 191㎝의 장신 공격수 수쿠르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세리에A 인터 밀란으로 이적했다.

갈라타사라이에서는 13시즌동안 198골을 터뜨려 터키의 영웅으로 자리를 잡았고이탈리아 이적후 제 기량을 완벽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골잡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수쿠르는 무엇보다 헤딩슛이 일품이고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볼 컨트롤도 뛰어나 상대팀의 요주의 인물 1호. 수비라인에서는 오잘란이 단연 돋보인다.

오잘란은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 가담능력까지 뛰어난 만능선수로 지난 6월6일 마케도니아와의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골문을 지키는 레츠베르도 빼놓을 수 없다.

예선 12경기를 모두 책임지며 불과 8골만을 허용한 레츠베르는 공중볼 처리와 1-1 처리능력이 특히 돋보인다.

▲월드컵 지역 예선 성적 유럽 4조에 속한 터키는 스웨덴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를 차지, 오스트리아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험난한 여정끝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지난 해 9월2일 몰도바와의 예선 1차전을 2-0으로 이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터키는 2차전에서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과 1-1로 비겨 첫 고비는 힘겹게 넘겼다.

그러나 터키는 5승3무를 기록한 가운데 조 1위를 가리기 위해 스웨덴과 맞붙은 9차전에서 수쿠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2로 져 2위로 밀렸다.

하지만 '투르크의 전사들'은 오스트리아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2차전에서는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터키의 본선진출이 확정된 11월15일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는 수만명의 축구팬들이 몰려나와 밤새도록 경적을 울리고 축포를 터뜨리며 감격적인 본선 진출을 축하했다.

▲터키는 어떤 나라 인구= 6천566만명 면적= 79만9,452㎢ 공용어= 터키어 1인당 국내총생산= 6천200달러 FIFA랭킹= 23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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