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전문가 말 믿어 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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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진폭이 클 수록 전문가의 역할은 커지게 마련이다. 변수가 많아 섣불리 경기를 전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투자와 관련된 분야는 전문가의 사소한 코멘트도 시장이나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뒤집어 생각하면 수요자들은 전문가의 분석이 그만큼 정확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요즘 신문이나 TV 화면에 부동산 관련 전문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경력이 보잘 것 없는 사람까지 전문가 행세를 할 정도로 전문가 풍년이다.

아마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진짜 전문가가 제대로 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관련 매체가 일시에 많이 늘어난 게 전문가 양산의 원인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부동산 분야 전문가는 부동산업종 종사자, 학계 및 연구계 인사, 언론 관련 종사자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부동산 종사자는 부동산 중개.컨설팅.주택 및 분양업 종사자 등이 '선수'로 등장한다.

이 그룹은 대개 부동산 전반에 대한 얘기보다 자기 분야를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오랜 경험에 의한 감각적인 분석이 강한 편이다. 다방면으로 얼굴을 내밀며 재주꾼 행세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현장의 움직임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그룹의 장점이다.

학계.연구계 종사자는 통계수치를 토대로 진단을 내린다. 보수적이고 너무 이론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론이 잘 통하지 않는 우리의 시장 분위기나 현장 상황과 다소 동떨어진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언론 그룹은 어느 분야든 취재력을 바탕으로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각종 정보를 이용한 단기적인 진단에 강하지만 장기 전망에는 다소 약하고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게 흠이다.

물론 이런 분석이 다 맞다고 볼 수 없다. 믿을 만한 전문가를 고르는 데 참고내용으로 활용해보라는 얘기다.

사실 전문가라고 다같은 전문가는 아니다. 특히 화면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TV의 경우 공신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말만 잘하면 얼마든지 전문가로 위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특별한 지식이 없는데도 TV 화면이나 신문 지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멘트 전문가도 있다.

이런 세태는 진정한 전문가를 발굴하기보다 섭외하기 쉬운 사람을 인터뷰 대상이나 필자로 선택하는 일부 대중 매체들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집을 사고 파는 정말 중요한 재테크 관련 결심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전문가를 선정하는 작업이 너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전문가 양산 시대이고 보니 누구의 말을 신뢰해야 할지 수요자들로선 헷갈릴 게다.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을 완벽하게 읽어 내기란 쉽지 않지만 수많은 경우의 수까지 다 따져낼 수 있는 수준은 돼야 진정한 전문가가 아닐까.

최영진 부동산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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