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중진출 한국기업가들의 "이러면 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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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눈섭 공장을 선양으로 옮긴 L사장은 처음 1년간은 잘 나갔다. 싼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개당 원가 1위안 남짓한 인조눈섭을 6위안에 팔았다.

이대로라면 곧 돈방석에 앉을듯 했다. 그러나 웬걸, 1년이 지나자 중국인 근로자 5명이 한꺼번에 공장을 그만뒀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멀지 않은 곳에 인조눈섭 공장을 차렸다. 딱히 기술이라 할 수도 없는 인조눈섭 만드는 법을 1년새 익혀 독립한 것이다. 이들의 판매가는 개당 2위안. L사장은 당할 재간이 없어 곧 공장을 정리하고 말았다.

선양의 중소기업 사장 K씨는 선양 룸살롱서 팁을 보통 3백위안(4만8천원), 많으면 5백위안(8만원)을 턱턱 낸다.

그의 공장 근로자 월급은 7백~8백위안. 술집 씀씀이가 근로자들에게 알려지자 이들은 당장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근로자들의 신뢰도 잃고 값싼 임금의 장점도 놓쳐버린 K씨는 회사를 넘길까 고민중이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몰려들지만 자기가 실패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시장환경 탓도 있지만 경영자 자신의 잘못도 적잖다.

선양의 한국투자기업협의회 안경찬(安敬讚)회장은 "중국을 후진국으로 깔보고 인건비나 따먹자는 심산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외에 그는 중소기업인이 중국서 1년내 실패하는 법으로 ▶조선족 동포 마구 대하기 ▶외제차 타며 뽐내기 ▶중국인 욕하기 ▶한국생활수준 지키기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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