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대주주지분 감자' 논란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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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의 기존 대주주 지분감자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하이닉스가 은행권의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아야만 생존할 정도로 위기에 처하게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당위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하이닉스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감자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금융계 주변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권이 부채 탕감과 채권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회사를 살려놓았고, 전략적 제휴협상을 벌이면서 주가와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는데, 기존 대주주들이 엉뚱하게 이익을 챙기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논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2일 "채권단의 금융지원으로 회사가치가 올랐는데 기존 대주주들을 무임승차하게 만드는 것은 또다른 도덕적 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일부 인사들은 산업은행의 시각이 썩 달갑지 않은 눈치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협상 와중에 하이닉스 지분의 변화를 초래하는 어떠한 제스처나 입장 시사도 협상을 진척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의 한 관계자는 "하고싶은 말이 있더라도 때를 살펴 하는게 바람직하다"며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지분변동 여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존대주주들의 지분을 감자하는 문제는 해당 법인에 중대한 손실을 입히는 사항이라 주총 결의를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반주주들의 반응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닉스 기존대주주의 지분은 현대상선 4.48%, 현대중공업 3.4%, 현대엘리베이터 0.57%, 정몽헌회장 0.83% 등이다.

기존대주주들이 하이닉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인데다, 이들의 지분이 대부분 은행권 채무에 대한 담보로 설정돼있어 채권은행끼리도 담보 규모에 따라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권의 미묘한 신경전은 하이닉스 채권단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이기 하지만 의결권에서 외환은행을 앞지르는 산업은행이 사실상 1대 채권은행의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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