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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의 딜레마…“소음 줄이자니 돈이 많이 들고…”

조인스랜드

입력

[최현주기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층간소음’ 관련 사건·사고를 접하는 건설업계의 마음은 무겁다. ‘집을 어떻게 지었길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음은 ‘결로’와 함께 건설업체들이 해결해야할 큰 숙제로 꼽힌다. 민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로’와 마찬가지로 소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바닥만 두껍게 한다고 해서 소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바닥두께(무량판식) 30㎜ 늘이겠다고 밝혔지만 큰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에어본 사운드(공기 전파음)와 임팩트 사운드(충격 전파음). 임팩트 사운드는 말 그대로 충격에 의한 소음이다. 아이들이 뛴다거나 못질을 한다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이다.

이런 소음은 바닥이나 벽을 두껍게 시공하면 어느 정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소음은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예컨대 창문을 열어둔 경우 공기를 타고 윗층이나 아래층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경우 화장실 등의 배관을 타고 소음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바닥이나 벽을 두껍게 시공하면 층간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같은 주택형의 아파트라도 바닥이나 벽을 두껍게 시공할수록 층고가 낮아지고 전용 면적이 줄어든다. 바닥이나 벽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실사용 면적이 작아지는 것이다.

바닥 두꺼워질수록 실사용 면적 줄고 분양가 높아져

층고나 전용면적은 그대로 유지하고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면 지을 수 있는 가구수가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일반 아파트 20가구(20)를 지을 수 있는 땅에 바닥 두께가 일반의 두 배 수준인 이중슬라브 방식을 적용하면 같은 높이에 19가구 정도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길어진 공사기간, 늘어난 자재비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용면적 84㎡형 100가구 규모의 단지에 이중슬라브 방식을 적용할 경우 분양가의 10% 정도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한계가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선 공사 과정에서 철저한 감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준공 후 소음을 측정하지만 공사 중간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건설 설계팀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공사 중간에 철저한 확인을 한 후 공사를 진행시킨다" "기압이나 날씨 등에 따라서 같은 소리라도 크게 들릴 수 있고 같은 단지라도 주변 여건이 따라서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소음 측정 방법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음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닥두께는 얇지만 강력한 기능의 소음제 등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대형 건설업체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자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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