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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장위로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언제부터의 일인지는 썩 분명치 않지만. 「장위로 가는 길」은 서울시 주변 변두리 지역의 엉성한 치안 상태와 엉망진창인 공로행정을 꼬집는 대명사가 되어왔다.
무시무시한 정치 「테러」가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느니 안났다느니 하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한번도 그 진상이 밝혀진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장위로 가는 길」은 공교롭게도 그 부근에 있는 도살장이 상징하는 죽음의 그림자처럼 소와 말과 그밖의 육축, 그리고 가난한 시민들의 매일 매일의 발인 「버스」·합승의 운전사들에겐 이 길이 황천길로 통한다는 전설을 낳게 한지 오래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서울시가 「일하는 시장」을 새로 맞이해서 이곳 저곳의 길을 넓힌다, 육교를 세운다, 지하도를 벌집처럼 뚫어 놓는다는 등 온갖 고무적인 나팔을 분지도 꽤 오래 됐건만, 「장위로 가는 길」의 슬픈 사연은 조금도 나아진 바가 없음이 오히려 신기하기만 하다.
문득 생각나는 것은 요새 유행어가 돼버린 무슨 「5개년 계획」이니, 무슨 「도시 개발 장기 ×개년 계획」이니 하는 거창한 「계획」이란 말에 담긴 의미에 대한 상념인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런던」을 비롯한 병든 대도시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변두리 지역에 이른바 「뉴·하우싱·에스테이트」를 세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창한「뉴·타운」의 꿈을 현실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결국 모든 계획은 미래를 향하여 있는 것. 변두리와 먼곳을 먼저 이상향과 가까운 형으로 닦아 놓는 것이 아닐까.
거창한 구호도 좋고 눈에 띄기 쉬운 시내 중심가를 번지르르한 건설물로 메워, 눈부신 건설상을 PR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어느덧 애써 개발해 놓은 변두리 지역이 수년 내에는 다시 새로운 도시 계획자의 고민의 중심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실정은 어디 비단 「장위로 가는 길」뿐이겠는가. 모든 도시 계획자에게 정말 아쉬운 것은 변두리의 치부를 먼저 없애는 일부터 계획할 줄을 아는 성실성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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