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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와 「루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늘 「워싱턴」에서 베풀어지는 「존슨」가의 경사얘기나 하자. 우선, 그 경쟁에 얽힌 언짢은 말썽부터.
광도의 원격투하 날짜와 우연히 맞불게 된 택일이 말썽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봐도 순전한 우연이었으니 문제될게 없겠다. 그 마음, 적지 않게 어색했던 것은 신랑의 군복무경력이 요즘의 정국에 비추어 심히 미흡하고, 혼례를 앞두고 「워싱턴」근처로 전속되어 「루시」양파의 빈번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행복을 누려왔다는 것이 미국인들, 특히 「저널리즘」의 청교적 비위에 크게 거슬린 것. 그러나 이 시비도 그럭저럭 가시고, 오늘 「패트」와 「루시」는 미국서 제일 큰 천주교 본당에서 화촉을 밝힌다.
대통령이나 본인들의 당초 의사와는 달리, 오늘의 잔치는 가의 거국적 대사로 번진감이 있다. 그 한가지 증거로는, 성당안에서의 「미사」광경이 TV망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다. 「미사」가 끝나면 해병대 군악대의 주악에 맞추어 「화이트·하우스」까지의 3·6「마일」길을 행진. 처가엔 「샴페인」과 3백「파운드」무게의 「케이크」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대국인지라, 대통령가의 경사에 정당이나 정견의 차이 때문에 무슨 찌그렁이를 부리거나 공연한시기로 삐뚤어져 돌아가는 일은 있을리 없다.
그러나 미국이 대국이요, 백악관의 위신이 너무나 막중하기에, 「존슨」가에선 만사를 정당하게 처리해서, 사소한 비난도 받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 흔적이 있다. 대통령은 영애의 혼례비-초대장, 주식비, 용인비 따위-가 공금에서 지출되지 않고, 개인 호주머니에서 지출된다는 것을 천하에 알리기 위해서, 목별 개인계정을 세워 놓았다고 한다. 「밀워커」의 친지들이 19세의 「루시」양을 맞아 만찬회를 가졌을 때 「샴페인」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고장의 법정 음주연령이 21세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만찬회 주최자들은 두말 않고 「샴페인」을 과즙으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권력의 소지자인 미국대통령과 그의 일가권속이 첫사위를 맞는 마당에서 그토록 세론을 염려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지나친 과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치와 민주의 정도요, 「페트」와 「루시」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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