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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포섭공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명년선거까지는 이제 불과 10개월 밖에 남지 않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자 각 정당에서는 소위 포섭공작이라는 것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종래 정치활동에 종사하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학계·금융계·문화계·노동조합 등 정치권외의 인사들이 그 표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는 정계를 위하여, 그리고 그 대상자 본인들을 위하여 그렇게 행복스러운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므로 그 점에 관하여 우리는 솔직한 견해를 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보도에 의하면 공화당은 전국구 후보를 위한 각계인사의 포섭대책을 수립하여 활발하게 이것을 추진시키고 있다고 하거니와, 그 포섭대상이라는 것이 역시 종내 정치인으로 인정되어 있던 사람들이 아닌 모양이다. 이리하여 다음 국회에는『직능대표들이 대거 진출함으로써 기능이 정상화 되어야할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다고도 한다. 전국구 의원들을 될 수 있으면 각계를 대표하는 유능인사로 충당시켜 보겠다는 것은 결코 일리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고찰해야할 부수적인 사실이 있을 것 갈다.
첫째로, 우리헌법은 국회의원 선출에 있어 직능대표제를 채택한다는 원칙을 규정한 바가 없다. 헌법에도 없는 직능대표제를 전국구후보에 반영시켜 보겠다는 것은 뜻은 좋으나 좀 무리한 것이 아닐까. 무리한 노력을 할 때에는 반드시 거기에 무리한 포섭공작이 전개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리한 포섭공작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분위기와 본인자신의 행복에 암영을 던지게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둘쌔로, 각계의 유능한 인사들은 반드시 정계에 동원되어야만 국가를 위하여 유익한 것일까. 이것 또한 의문이다. 자기가 종내 활동하던 사회에서 유능했던 사람이라도 반드시 그가 다른 사회, 즉 정계에서까지 그 유능성을 발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가강 확실한 것은 각자가 스스로 안주하여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에 잔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도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실패의 예를 보았다. 활동의 분야를 바꿈으로써 공적·사적으로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셋째로, 포섭공작이라는 것은 균형되고 안정된 사회의 분위기에 일종의 소란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자진해서 정계에 뛰어들겠다는 사람을 포섭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기의 직분에 충실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충동하여 정당에 가담할 것을 유.인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상자들은 심리적인 동요를 면할 수 없고 그 동요는 그 주변에까지 커다란 파문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안정성 유지라는 안목에서 볼 때 결코 유익한 현상이 아니다.
포섭공작의 대상이 된 사람들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경망스러운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마지 않는다. 정계에 투신함으로써 잘되면 좋은 성과를 거둘수도 있을 것이나 자칫하면 무위무능의 소모품이 되고 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계산에 넣어야 할 것이다. 각자가 정치적인 견해를 갖는다는 것은 민주국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다 정계에 투신하여야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맡은바 직분에 충실함으로써 국가에 공헌하며 또 자신의 행복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어깼든 우리는 정당의 무리한 포섭공작에 대해서는 찬의를 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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