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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설 폭죽 → 한국 미세먼지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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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음력 설)을 맞아 베이징 도심에서 한 남성이 폭죽에 불을 붙인 후 대피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새해 첫날 폭죽을 터뜨려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풍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대기오염에 따른 독성 스모그로 인해 올해 춘절의 중국 폭죽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로이터=뉴시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맞아 중국에서 사용한 폭죽으로 발생한 스모그가 한반도까지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베이징(北京)시에 따르면 9일 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의 먼지) 농도는 평균 ㎥당 400㎍(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을 기록했다. 한때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는 기준치(100㎍)의 10배에 달하는 1000㎍까지 치솟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은 춘절 때 쓴 폭죽 때문이다. 9~10일 이틀 동안 베이징 시내에서 수거된 폭죽 쓰레기는 총 1586t에 달했다. 지난해 춘절 때보다 수거량이 155t(8.93%) 줄었지만 도심의 대기엔 여전히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폭죽 스모그’는 몇 시간 뒤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에서 측정된 미세먼지(PM10, 지름 10㎛ 이하의 먼지)는 10일 오전 100㎍을 넘어섰고, 이날 정오 무렵에는 최고 140㎍까지 올랐다. 8일 낮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비슷한 시각 서해 격렬비도나 제주도 고산리 등지에서도 미세먼지가 평상시보다 높은 최고 75~86㎍까지 측정됐다. 이는 국내 대기의 연평균 환경기준치인 50㎍을 초과하는 것이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10일 오전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안개 등 일부 기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치가 없고 2015년 1월부터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미세먼지보다 훨씬 몸에 해롭다.

 이미 중국발 미세먼지 오염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이강웅 교수는 6일 한국대기환경학회 주최로 열린 ‘대기환경 대토론회’에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측정되는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2011년 기준 ㎥당 47㎍)의 36.6%를 차지하는 17.2㎍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가운데 북서풍과 함께 유입되는 것이 10㎍(21.3%), 기타 중국 동해안 도시들에서 수도권으로 날아오는 게 7.2㎍(15.3%)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수도권 지역 자체 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58.7%)와 북한·오호츠크해 등에서 날아온 것(4.7%)이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김영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위도 편서풍 지대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은 이젠 ‘상수(常數, 늘 존재하는 것)’가 됐다”며 “일단 단기간 높이 치솟는 오염 현상을 줄이고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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