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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김병지 ‘10개월만의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입력

‘꽁지머리’ 김병지가 10개월 만에 ‘국가대표 골키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김선수는 9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 개막 경기로 벌어지는 미국팀과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안방을 든든히 지킬 수문장으로 출전하게 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8일 훈련을 마친 뒤 “김병지를 선발 혹은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수가 미국 전에 출전 하면 지난 2월 14일 두바이 4개국 친선대회 파라과이전 이후 무려 10개여월 만에 출전하는 것이다. 당시 김선수는 하프라인까지 볼을 몰고 나오다 상대 선수에 빼앗기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고 이후 철저하게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단 한번의 실수. 그 대가가 얼마나 큰 가를 김선수는 절실히 느꼈다.

지난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김병지는 명단에서 조차 오르지 못했고 이후 각종 평가전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김병지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성급한 말도 흘러나왔다. 더욱이 프랑스와 체코전의 5골을 제외하고는 안정된 기량을 보이고 있던 이운재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김병지가 설 자리는 더더욱 없어 보였다.

그러다 지난 10월 초 그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 대구 강화훈련에 발탁,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출전한 FA컵. 울산과의 준결승에서 두 개의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선방, 팀을 결승에 올리는 수훈 갑이 됐다.

“역시 김병지”라는 찬사를 받으며 운동장에서 물끄러미 김선수를 바라보는 히딩크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를 몸소 보여주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마음은 여전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김병지 발탁’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김선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생애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전 골키퍼를 목표로 이운재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김병지는 수험생 보다 더 떨리는 수능 시험을 9일 치른다.

서귀포=Joins 이병구 기자<lpg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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