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세전환때 금액제한' 법안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 비난 여론이 쏠리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이자율 상한선을 둔다'는 개정안이 현실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는 '껍데기 법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법안을 얼마나 무성의하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올 봄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의원 등 여야 의원 20여명이 발의,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로 넘겼다.

당시 언론에는 은행 금리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다투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무주택자들이 고통받는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었다. 따라서 의원들이 발빠르게 움직인 것 자체는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법안심사 소위로 넘어간 뒤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없었을 정도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개정안이 갑자기 되살아난 것은 지난 5일이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제정하면서 월세 상한 규정을 검토하던 의원들이 "이왕이면 주택에도 적용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상가와 주택은 임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애초부터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없었다. 여야 의원들은 "자세한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에 모든 걸 떠넘긴 채 얼렁뚱땅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후 언론사에는 "법안의 취지가 뭔지 모르겠다"는 부동산 전문가.전세인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원웅 의원은 9일 "통과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법리에도 안맞고 다른 법조항들과 충돌하는데 무슨 수로 대통령령을 만드느냐"고 난감해했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