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애플, 중국서 특허소송 왜 안 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애플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유독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혹자는 중국에서의 특허소송은 외국기업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애플이 중국에서 특허소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두 주장 모두 근거가 희박하다.

 필자는 애플이 중국에서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애플의 특허가 경쟁 상대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2년 12월 16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실용신안과 디자인 특허를 포함해 총 1247 건의 특허를 중국에 출원했다. 이러한 특허 출원 수량은 애플이라는 기업의 명성에 비하여 턱없이 미흡하다. 한 예로 애플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2011년 단 1년 동안 1219건의 특허를 중국에 출원하였다. 삼성전자의 1년 특허 출원 수량이 애플의 전체 특허 출원 수량과 맞먹는 것이다.

 애플이 미국의 특허소송에서 실제로 사용한 특허를 추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애플이 중국에 출원한 1247 건의 특허 중 심사를 통하여 유효하게 등록된 발명특허는 현재 90건에 불과하다. 또 90건 중 애플이 미국법원에서 사용한 발명특허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애플은 한국에서 침해를 주장한 발명특허 중 2개의 특허에 대하여 중국에서 특허권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해당 한국특허는 한국에서 모두 비(非)침해 판단을 받은 것들이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타사의 특허를 매입하여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방법 이외에는 중국에서 특허소송을 벌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기성 고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