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순찰차 자유이용권?

중앙일보

입력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시(市)의 주택가를 아침 저녁으로 거닐다 보면 집 앞에 세워둔 경찰차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차의 주인은 부근에 사는 경찰관이다. 퇴근하면서 순찰차를 자기집 앞에 세워두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찰관이 자신에게 배정된 순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얼마 전 어느 쇼핑몰 주차장에 있는 경찰차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 주차관리원에게 물어보니 "쇼핑하러 들른 경찰관의 차"라고 귀띔해 줬다. 자녀들을 경찰차에 태워 등.하교시키는 경찰들도 간혹 있다.

이쯤 되면 사실상 자가용이나 다름없는 셈인데 차량 유지비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휘발유값.보험료 모두 국민 세금으로 낸다는 게 아닌가. 공(公)과 사(私)를 '칼같이' 구분하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비춰 보면 납득이 안갈 수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미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관용 차량에는 한결같이 '공무 외의 사용을 금한다(government officiaㅣs only)'는 문구가 박혀 있다. 공무원 가족들을 태우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경찰관이나 공무원이나 '국민의 공복(公僕)'이긴 마찬가진데 왜 누구는 관용차를 타도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것일까.

미국 사람들은 경찰이 사적인 용도로 순찰차를 이용토록 배려하는 것을 특권이라기보다 공무의 연장(延長)으로 이해한다. 마을 어귀 주택 앞에 세워진 순찰차를 보고 감히 그 동네를 얼씬거릴 간 큰 도둑은 없을 것이다. 또 순찰차가 주차장에 정상적으로 세워져 있는 걸 보고 주차위반을 할 시민도 없을 것이다.

세금에 민감한 미국인들이 경찰관에게 '순찰차 자유이용권'을 준 것은 범죄.교통위반 등을 예방해 달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특권을 부여받은 수혜자들이 이를 남용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중돈 특파원 jd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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