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박지성, 플레이메이커 시험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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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교토 퍼플상가)이 미드필더 조직력 다지기에 들어간 히딩크호의 공격 조타수로 나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서 강인한 체력과 든든한 수비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은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체제 이후에도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주전자리를 확고히 해왔다.

지난 6월 끝난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이후 부상과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인해 한동안 대표팀 경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박지성은 9일 미국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다.

미드필드에서 힘겹게 상대의 볼을 빼앗고도 최전방 공격수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플레이 때문에 고심해온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우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 박지성은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미드필드에서부터 차단하는 역할을 맡아 이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아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을 중앙 또는 좌우측 미드필더에 기용,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5일 강창학구장에서 훈련을 끝낸 뒤 내비쳤다.

박지성을 전진 배치시켜 상대 공격의 맥을 끊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볼을 투입한다는 작전이다.

이 작전이 맞아 떨어진다면 대표팀은 압박수비의 강도를 높이고 플레이메이커 부재라는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두가지 성과를 얻게 된다.

박지성은 히딩크호 출범 당시부터 강인한 체력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을 보이며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아왔지만 당시에는 허술한 수비라인을 도와주느라 공격에 가담하는 빈도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송종국을 축으로 한 수비라인이 안정감을 찾아 가자 히딩크는 공격을 조율할 플레이메이커로 박지성을 낙점,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를 연결하는 보다 정교한 공격루트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달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히딩크가 부상한 박지성을 불러 들인 것도 경기에 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상태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라는 대표팀 관계자의 말로 미뤄 보더라도 히딩크가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박지성이 이번 서귀포 훈련에서 패싱과 공수 조절능력을 보완해 대표팀 플레이메이커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서귀포=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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