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임원들 "주가야, 떨어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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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야, 제발 좀 떨어져 다오." 요즘 현대증권 임원들은 회사주가가 너무 올라 오히려 걱정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현대증권은 최근 미국 AIG컨소시엄과 현투증권 등 현대그룹 금융3사의 매각조건을 바꾸었다.

AIG측이 종전에 제시했던 '우선주 발행 1년 후 보통주 전환' 및 '우선주 배당률 인상'조건을 철회했다.

대신 당초 현대증권이 발행해 AIG측에 넘겨주기로 했던 4천억원 어치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발행해 달라고 요구해왔고 현대 측도 이를 수용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진통을 거듭해온 현대-AIG간 협상은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고비가 있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말한다.

AIG 측이 종전의 우선주 발행가격이었던 주당 7천원에 보통주를 발행해달라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 주식를 발행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얻어야 한다.

발행가격은 유가증권발행 규칙에 따라 이사회 개최 직전일 종가와 직전 30일간의 주가평균 중 낮은 금액을 10% 할인한 수준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11월초만해도 7천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최근엔 1만3천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이사회가 열릴 경우 발행가격은 적어도 주당 1만원 선이 되는데 AIG측의 요구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

현대측의 한 실무자는 "AIG측에 발행가를 높여 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거절당했다"며 "가격조정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AIG측의 요구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증권 측의 자문 변호사마저도 가격결정 방식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위법소지가 높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소액주주들과 노조는 이사회가 지난번 우선주 발행가격 결정에 이어 또 다시 보통주 발행가격을 임의로 결정할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지시를 따르자니 훗날 책임이 두렵고, 어기자니 압력이 두려운 형국이다. 이 회사 이사들은 지난 9월초 "우선주발행가격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다가 금융당국의 강요로 AIG측에 "요구를 따르겠다"는 각서를 써야했다.

한 임원은 "현재로서는 지난번 미 테러사건처럼 천재지변이 일어나 주가가 폭락하기를 기다려야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임봉수 기자 lbs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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