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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산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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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악수한번 없는 13년>
포성은 멎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판문점에서 북괴는 비난과 야유와 트집과 욕설을 총탄인양, 여섯 자폭의 「테이블」 이쪽으로 쏘아 대고 있다. 이것은 휴전회담이란 이름을 띤 북괴의 상투적 술책이다. 강화를 할 수 없는 전쟁, 강화를 해서는 안될 전쟁이었기에 판문점의 휴전은 군인들의 입씨름으로 끌고 끌어와 역사상 가장 긴 장기휴전이 되었다. 그리하여 7월27일은 휴전성립 제13주년이 되는 날이다.
2백27번이나 얼굴을 맞대고 13년을 지났어도 악수도 없고 미소도 없는 휴전회담-이것은 폭 4「킬로」원충지대를 사이에 두고 포효하던 열전을 식혀 주는 회담인지도 모른다.
1950년 6·25의 남침을 감행했던 북괴는 폭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951년 6월23일 북괴 측은 소련의 「유엔」대표 「마리크」를 통해 휴전협상을 제의해 왔다.

<마지못한 합의 18개>
이에 응한 「유엔」군은 방송을 통해, 원산항에 정박 중이던 「덴마크」병원 선에서 만나자고 공산 측에 답했다.
그러나 서부전선에서 38선 이남을 확보할 속셈을 가진 공산 측은 개성에서 만나자고 다시 제의. 결국 7월8일 개성시 덕암동에 있는 풍래장에서 예비회담을 열었다. 7월10일부터 시작된 정식회담에서 「유엔」측은 이 군사정전회담에서는 군사문제만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밝혔으나 공산 측은 이 회담에서 한국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회의의 개의를 주장했다. 이 때문에 휴전협상은 일시 중단되었다가 가을부터 다시 열려, 현재의 회담장소 북쪽에 있는 판문점이란 마을에서 재개되었다. 엄격히 따지면 지금의 회담장소는 이름 없는 언덕일 뿐이다. 1953년 7월27일까지 2년17일간 2백55회의 회의가 열렸었다.
이렇게 오랜 시일을 끌어 「마지못해 이루어진 합의」는 18개의 협정 문서로 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서명하는 「유엔」군사령관 「마크·클라크」장군의 얼굴과 남일 북괴대표 방중공군대표의 얼굴은 한결같이 굳어 있었으며 말 한마디도 오고가지 않았다. 끝내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여 한국은 휴전협정에 조인하지 않았다. 그 후 이 판문점은 수많은 민족의 비애를 보아 왔다. 포로교환과 전사자 송환, 반공포로의 석방이 있었다. 한국동란지에 의하면 1만2천7백60명의 아군이 악몽 속에서 자유를 찾아 왔는데 3천5백79명의 미군병사들도 풀려 나왔다. 그리고 2만2천명의 중공군 및 북괴 포로들이 북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남쪽으로 돌아선 곳이 바로 판문점이다. 그뿐 아니라 국군과 미군의 유해 4천 위는 말없이 돌아왔다.
「스위스」·「스웨덴」·「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구성된 중립국감시위원단의 활동은 3년이 못 가서 기능을 잃었다.
1956년 6월에 열린 제70차 정전위본회의에서 「유엔」측은 북한에서 「스위스」 및 「스웨덴」 감시 단의 활동이 북괴 측의 방해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고 발표하고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감시위원의 활동도 한국내에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후 북괴군의 휴전협정위반사건은 더욱 늘어만 갔다.
「유엔」측은 2백27차의 본회의가운데 65차의 본회의와 3백17차의 비서장회의중 1천17차의 비서장회의를 요청하고 북괴 측이 5천41건의 협정위반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안무치한 북괴는 단 두 번밖에 이 위반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다.
이제 판문점회담은 북괴의 적반하장식 장광설을 듣는 관광명소가 된 것 같다. 서울에서는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회담이 없는 날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몇 명밖에 보이지 않는 북괴군을 구경하고 그들에게 자유세계의 편모를 구경시켜 주고 온다.
회담 장에서 남쪽으로 10여「미터」 떨어져 있는 「자유의 집」은 북괴병사들에겐 「그림 속의 궁전」이다. 한국 기자들은 북괴 측이 만들어 놓은 휴게소에 드나들 수 있지만 북괴는 그들 기자에게도 「자유의 집」접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라는 한 국민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날, 이 「자유의 집」은 북한 동포들에게도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글·임상제 사진·윤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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