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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재야합류협상 그 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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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중당과 일부 재야인사와의 합류교섭은 원점으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면서도 민중당은 야당 단합협의기구를 구성, 야당단일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재야측도 통합을 위한 정당밖의 제3기구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류교섭의 실패는 민중당과 예비역 장성단 사이의 구상과 이해가 근본적으로 대비했으면서도 참된 대화아 신뢰가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것이 극복되지 않는한 통합작업은 공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겼다. 여기 교섭과정과 그뒤의 얘기를 추려본다.

<총사퇴는 재야요구>
민중당 지도층의 총사퇴 성명은 재야측 대표 박병권씨의 요구였다. 『민중당이 국민의 신임을 획득하자면 지도층이 개편되어야 합니다. 현지도층이 사퇴성명을 발표, 성의를 보여야 우리도 합류할 명분이 열리지 않습니까』라고 박씨는 말했다. 이래서 민중당측 고흥문씨는 『총사퇴 성명을 내더라도 다음 대회에서 민주방식에 의해 재선출되는 것은 상관하지 않겠느냐』는 것을 되물었고 재야측도 『우리는 거기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밖의 또다른 조건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박병권씨와 임철호씨는 『다른조건이 없다』고 말했다. 이리하여 민중당은 7월 8일 지도층 총사퇴를 결의했고 재야측은 13일 민중당 합류를 성명했다.

<「장원」회합은 실패>
박순천 대표의 후퇴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7월 16일 밤 요식집 「장원」에서 재야측의 박병권·김재춘·장준하·임철호, 민중당측 태완선·고흥문씨가 만났을 때다. 이자리의 대화를 옮겨보면-. <박>=박순천씨는 총사퇴의 책임을 지고 후퇴해야 하오. <고>=그건 애초 약속과 다르오. 그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면 박 대표는 후퇴하려해도 못하게 되오. <박>=중앙위와 상위도 민중6 재야4로 해주시오. <고>=그런 문제는 재야인사가 많이 들어온 뒤에 할 얘기요. 결국 아무 결론없이 헤어졌고 장준하씨는 「장원」에서 민중당 당헌심위8인소위가 열리고 있는 「앰배서더·호텔」로와서 고씨에게 『박 장군 요구가 지나쳤읍니다. 나만은 내일 따로 입당원서를 보내겠소』라고 말했다는 것.

<부의장석을 2개로>
두번째 박 대표 후퇴가 요구된 것은 18일밤 「앰배서더·호텔」에서다. 8인소위회의중 소 「핑크·라운지」로 나가 박병권씨가 보낸 박씨 측근자와 만나고 돌아온 태완선씨는 『박 대표 후퇴아 운영회의부의장 1석을 재야측에 달라는 것이 최후 요구요. 부의장을 둘로 늘립시다』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민주계의 김판술, 민정계의 고흥문씨는 『그사람들이 내세우는 요구를 들으려면 나중에는 당을 내맡겨야 할 판이오. 안됩니다.』라고 잘라 반대하여 재야측 요구는 묵살되었다.
이무렵 민중당안의 각파도 혼선으로 엇갈렸다. 김대중씨 등 민주계 주류는 박순천씨의 대표재추대로 방침을 굳혔다. 태완선씨 등 허정씨파는 허정씨를 대표로 밀기로 했고, 홍익표씨계 일부를 끌고가는 조연하씨와 제휴했다.

<허정 선출 말썽붙어>
민정계는 외교구락부에서 고흥문·김영삼·유청·이중재·유치송·조윤형씨가 전략회의를 가졌는데 박·허 양씨로 지지가 갈려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했으나 가능하면 총사퇴한 명분으로 보아 박씨 재추대는 할 수 없다는데 다수의견이 기울어졌고 이 때문에 허씨의 대표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분포는 17일 하오부터 다시 흔들렸다. 홍씨계의 조연하씨는 17일낮 「희빈장」에서 임철호씨 등 구자유계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임씨는 『박순천씨는 다음 선거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박씨의 후퇴가 필요하지만 이번에 후퇴하는 것이 다음 선거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게 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허정씨는 한·일 회담을 찬성했던 사람이니 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유진산씨는 민주계에서 당요직 복귀를 막는다고 했으니 그렇게 될줄 믿는다』라고 말했다는 것.

<박씨 선출전략 변경>
이로부터 홍씨계는 허씨 지지를 변경했고 민주계 절대다수가 박씨편이 되자 대회장에서 박씨에게 표를 던지도록 전략변경을 했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는 확인된 얘기다. 이밖에도 언저리에 떠도는 얘기는 많다. 태완선·유창열씨는 재야측에 대해 『박순천·유진산·이상철·서범석·전진한씨 등은 후퇴시켜야 할 것』이라는 말을 했고 재야측도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 또 임철호·박병권·장준하씨가 만났을 때 재야인사중 『박병권씨가 당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역설도 했다는 것. 그러나 이 얘기들은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다.
어쨌든 불씨는 민중당 지도층이 총사퇴 성명을 해놓고 당대회의 민주방식에 의한 결정이란 이유로 모조리 당직에 복괴했다는 문제다. 재야측의 박병권씨는 『우리가 설사 총사퇴했다가 복귀하는 것은 안된다고 못박지 않았더라도 국민앞에 사퇴를 공약해놓고 책임을 지고나서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읍니다. 우리는 민중당의 체질개선을 요구하지 않았읍니까. 이 때문에 지도층이 사퇴결의를 했던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있다.

<대세는 총사퇴 반대>
허정씨계의 태환선씨도 『총사퇴 결의를 했으나 당내 각파가 단안을 못내렸읍니다. 이때는 지도자 개개인이 결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했읍니다『라고 말하고 이 때문에 나는 박 대표가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된다고 믿었고 허정씨가 대표로 되어야겠다가 아니라 박씨가 물러나면 허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민정계의 김의택씨는 『나로서도 총사퇴 성명을 했으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의 대세가 이것을 용납치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앞에 부끄러워>
민주계의 김대중씨는 『어쨌든 민주방식으로 재선출되게 되면 재야인사들도 결과에 대해 박수를 보낼 줄 믿었던 것이 잘못입니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김대중씨는 『박씨는 어느 계보의 대표가 아니라 야당을 해온 당원을 상징하는 대표였고 다음 선거에서 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고 모든 대의원이 판단하고 있는 당의 실정을 재야측이 전연 이해해주지 않았다』고 도리어 섭섭해 하고 있다.
앞으로 야당단합에 대해 협상의 주역을 맡았던 인물들은 비관적이다.
재야측 박병권씨는 우리는 기존 정당인들과 이념이 같지않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자파의 이익을 찾고 과감한 개선을 못하는 생리속에 우리는 끌려들어갈 수가 없었읍니다. 계속해서 노력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국민앞에 부끄럽습니다. 다만 권모술수나 금력이나 무력으로 국민을 행복하게하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둡니다『라는 것.

<예비역들 저의 의심>
그러나 민중당측 고흥문씨는 『나는 예비역장성들이 진실로 야당을 이해하고 민중당을 하려했던지를 믿을 수 없읍니다. 그들이 원한다고 전통있는 야당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내줄 수 있읍니까. 요구할 수 있는 한계, 관철할 수 있는 한계를 알고 모자라는 것은 들어와 함께 일하면서 개선해가는 것입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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