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의 속 터지는 소리…"집 팔려면 빚 내야 해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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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깡통주택, 깡통주택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당황스럽네요.”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기자에게 푸념을 했습니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있는 건 알았지만 본인의 집이 깡통주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기자의 지인인 최모(34)씨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전용면적 81㎡형 아파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3억7000만원에 장만한 아파트입니다. 저금리의 매력에 대출도 2억20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2년 후 결혼을 하게 됐고 집을 팔려고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세는 3억40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손해 보고 팔고 싶지 않았던 최씨는 1억9000만원에 전세를 내놨고 전세 보증금 1억원은 대출을 갚고 나머지 9000만원은 신혼집을 구하는데 보탰습니다.

하지만 집값은 점점 떨어지고 매월 5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 이자가 부담스러워진 그는 1년 후인 2012년 다시 집을 내놓지만 매수 문의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 전셋값은 3000만원 올라 2억2000만원이 됐습니다.

집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에 적극적인 매수자를 만나 드디어 집을 팔게 됐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최씨는 다시 암담해집니다. 집을 산다는 사람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집을 못 파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오른 전셋값이 되레 타격

현재 아파트 시세는 3억원. 이 아파트를 팔려면 최씨는 은행에 대출금 1억2000만원 갚아야 하고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2억2000만원을 돌려줘야 합니다. 3억4000만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집을 팔려면 4000만원을 보태야 하는 것입니다. 집값이 떨어져 4년 만에 7000만원의 손해를 본 것도 속상한데 돈이 없어서 집을 못 팔 상황에 처했다며 최씨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자꾸 ‘본전’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간 들어간 금융비용 등은 따지지 않더라도 집을 샀을 때 가격만 유지됐어도 돈을 보태서 집을 파는 상황은 면했을 텐데 말이죠.

최씨는 부족한 4000만원은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팔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4000만원이라는 돈을 구하기는 쉽지 않죠. 결국 매도 기회를 놓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본인은 투자를 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살 집이 필요해서 아파트를 샀다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푸념하던 그는 한편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우스 푸어'에 관한 대책이 나오면 자신과 같은 상황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새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거죠.

‘집 가진 게 죄’라고 최씨의 속 타는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그와 같은 사정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이들의 한숨 소리는 깊어질 것만 같네요.

이런 사정을 주변에서 지켜본 사람은 자연히 집 사기가 꺼려지겠죠.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결국 지금의 깡통주택 사정이 주택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겁니다. 집값은 더 약세를 띠게 되고…악순환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을 뭔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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