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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만 순천, 공식명칭은 '구례구역'

중앙일보

입력

전라선 철도의 '구례역' 이 행정구역은 구례군이 아니라 순천시이다. 그래서 공식 명칭을 구례역 대신 구례 입구라는 뜻의 '구례구역 (求禮口驛) 으로 쓰고 있다.

구례구역 일대 주민들이 최근 청와대.행정자치부.순천시.구례군 등 22개 기관에 진정서를 내, 구례군 편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 생활권은 구례 = 구례구역 일대는 행정구역상으론 순천시 황전면이나 섬진강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구례 땅이다. 구례군청은 4㎞, 구례읍사무소는 5㎞에 불과하다. 반면 순천시청까지는 35㎞, 황전면사무소까지는 10㎞나 된다.

따라서 주민들이 행정 민원 등만 빼곤, 장보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일을 강 건너 구례에 가서 본다. 중학교 학군과 전화.전기 등도 구례 관할이다. 혼사도 구례쪽으로 많이 하는 등 정서적으로 순천시민이 아니라 구례군민이다.

◇ 이젠 구례로 보내달라 = 이번 집단 진정은 우체국 분국이 지난 8월 없어지고 황전농협 분소마저 연말로 없어지는 게 불을 당겼다.

행정구역 변경 요구 마을은 순천시 황전면 비촌리 칠안.비촌.신계.복호마을과 선변리 용리 1구.2구 등 6개. 면적은 14.3㎢이고, 3백34세대 9백56명이 살고 있다.

진정서 서명자는 2백89명인데, 세대주들만 도장을 받았기 때문이며 실제로 모든 집의 뜻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황봉술 (66.비촌마을) 씨는 "일제때 '무 자르듯' 섬진강으로 시.군 경계를 갈라놓은 게 지금까지 내려왔다" 며 "이젠 주민 편의를 위해 바로잡아 줘야 한다" 고 말했다.

◇구례군.순천시 반응 = 구례군은 물론 쌍수 (雙手) 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군 인구 (10월 말 3만3천4백32명)가 전국 시.군.구 가운데 경북 울릉군을 빼고는 가장 적으니 당연하다. 군청 행정계 임채덕씨는 "강 이쪽과 저쪽의 관할이 달라 관리가 어려운 섬진강 6㎞ 구간의 효율적인 환경보전을 위해서도 경계 조정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선뜻 주민들을 구례군으로 보내 주지 않을 태세다. 시청 시정계 최진구씨는 "일부의 주장이지 주민 전체의 뜻은 아닌 것 같고, 다른 면민들의 의견도 들어 봐야 한다" 고 밝혔다.

행정구역 변경은 순천시.구례군 의회 의결과 전남도 의회 의결, 행정자치부 승인,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순천쪽에서 갖은 이유를 들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해석 기자<l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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