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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학급종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해마다 7월이면 무턱대고 좋아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때-. 우리들은 저마다 서로의 부푼 가슴으로 마음은 먼저 방학설계에 젖어 산이나 강물위로 뛰고싶은 충동을 억제치 못했다.
그것이 비록 실천되지 못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우선은 멋있는 계획을 짜놓는 것이다. 누군 누구와 어디로 가고 어느 「그룹」은 어디서 무얼 한다는 소문이 벌써 교내에 확 퍼지곤 했다. 그러면 서로 누구의 「플랜」이 훌륭한가, 어떤 친구가 제일 멋지게 방학생활을 할까에 대해서 처음은 부러워하고 심지어는 질투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어린 나날을 몇번인가 보내고 이제 나는 또다시 그런 또래의 중학생들을 앞에 하고 또다른 7월을 맞았다. 내일부터 학기말시험이 시작된다. 시험을 마치면 종업식, 그리고 방학이다. 나는 저들에게 여름휴가에는 무엇을 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교과서에처럼 산이나 바닷가에서 「캠프」생활을 하면서 피서를 하라할까.
○…시험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저 어린 나이들. 저렇도록 핼쑥한 저 우울한 표정들. 어쩌면 그래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불평이 없는 순진한 저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나는 오늘 학급종례때도 우울하다. <박경출·경남 김해군 진례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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