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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으로 끝난 총 사퇴|민중당 전당 대회의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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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중당은 19일 전당 대회에서 박순천 유진산 체제로 민주·민정당파의 병립을 실현했다. 그러나 박순천씨의 당대표 재선 출동 이른바 지도중의 유임으로 재야 세력 합류의 명분을 지워버린 결과가 되어 민중당이 내걸었던 야당 단합의 길을 좁혀버렸다.
이번 대회가 실현한 당 개편은 최고위와 지도위란 두 정상 기구를 없애는 대신 21인의 운영 회의로 대체한 것뿐 대표 최고 위원은 대표 위원으로, 최고 위원과 지도 위원은 전원 운영 위원으로 자리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끝났다. 오직 개편된 것은 민주계만이 차지했던 당 정상을 유진산씨가 2인자로 등장함으로써 민정계를 민주계에 맞세우게 한 것뿐이다.
이번 대회는 민정·민주 양당이 통합을 실현한 작년 5월의 창당이래 1년2개월만에 열렸다는데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민중당은 통합되자마자 강·온 양파의 대립으로 강경파가 이탈, 양분되었다. 수건파는 창당 대회에서 결의된 의원직 사퇴를 「오도된 지도 노선」으로 단정, 원내로 복귀했다.
이번 대회는 분열과 원내 복귀에 대해 선명한 처리가 있어야 했다.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은 최근 민중당이 내건 재야 정치 세력 단합에 대한 성실성의 표시였다. 당 최고위원·지도위원 전원은 재야 인사 합류의 명분을 위해 전당 대회에 앞서 지난 14일 총 사퇴를 성명 했다.
이 총 사퇴 성명을 계기로 민중당 합류를 선언했던 재야 인사의 대표들은 이번 대회에서 총 사표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것을 희망한다고 통고했다. 그러나 단 한사람도 총 사퇴 성명의 모든 책임을 맡아 나서지 않았고 대회도 이 처리에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면서도 대회는 재야 세력 규합을 목표로 부당수 격인 운영 회의 부의장 1석과 운영위원 3석을 대회 후 합류할 재야 인사를 위해 남겨두었다.
그러나 한낱 단막극으로 끝난 총 사퇴 성명으로 인해 열어둔 재야의 문호는 의미를 잃을 위기에 부딪쳤다. 25일자로 된 입당 원서를 제출했던 박병권 김재춘 임철호씨 등 합류파는 총 사퇴 성명이 파기된 것에 실망을 표시, 20일 합류 성명을 철회하는 성명을 냈다.
이범석씨 중심의 세력도 합류 계획을 철회한다는 얘기다. 민중당이 이 사태를 예견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구 「국민의 당」계 중심의 일부 세력은 총 사퇴를 성명한 지도층을 대표하여 박순천씨가 후퇴하고 허정씨를 대표로 추대할 것을 요구했다. 민정계의 유진산씨도『재야 세력 단합을 위해 박씨가 재선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민주계 주류는 박씨 재선출에 응하지 않는 한 유씨의 부의장 선출 약속도 철회할 것이며 당헌 개정부터 실력 대결로 나설 것임을 통고, 민정계를 압박했다. 이리하여 민주·민정 주류는 공존을 위해야 당 세력 단합의 명분을 내동댕이쳤다.
당대표로 유임된 박순천씨는 대회에도 참석치 않았으며 대회의 재 선출이나 재야 세력의 합류 포기에 대해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어쨌든 대회는 결의를 통해 야당 단합을 통한 대통령 단일 후보 실현을 과제로 했다. 그러나 이 대회의 새 지도층 구성은 결의와는 모순되고 말았다. 이것을 극복하는 일은 당대표로 재 선출된 박순천씨와 유진산씨의 책무로 넘겨졌다.
박 대표 재 선출을 반대한 3백26표의 불만, 재야측 합류파의 이탈 성명, 그리고 일반의 실망 등 민중당은 다시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고만 셈이다.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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