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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인물과 사건] 하루가 멀다하고 이상화 ‘허벅지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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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가 누구일까요? 나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교묘하고 집요하게 공략해 결국 나를 무너뜨리는 상대, 바로 나 자신입니다. 2013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모두가 ‘새해 계획’을 세웠을 텐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달 동안 결심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켜낸 누군가가 있다면 정말 온 마음을 다 담아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은 올 한 해, 완벽하게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도 전합니다.

 아마 십중팔구는 1월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새해 결심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1월 한 달을 보낸 지금, 예년과 다름없이 불평과 불만의 묵은 때를 끌어안은 채 어제와 같은 오늘, 지난해와 같은 오늘을 반복하고 있지 않나요?

 신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나 자신’을 이겨 낸 사람을 찾아봤습니다. 한눈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500m 금메달, 1000m에서는 한국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자신이 갈아 치우는 신기록 행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로 더욱 맹훈련에 돌입하는 독한 모습. 올림픽 2연패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쉼 없이 훈련하는 자기관리. 이 선수가 지난 밴쿠버 올림픽 이후 보여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면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하죠. 더 높은 목표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상실감에 빠져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선수는 그 흔한 슬럼프 한 번 겪지 않고 혹독한 훈련을 이어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그의 별명은 ‘국민허벅지’라고 합니다. 이 선수의 허벅지 둘레는 가수 아이유의 허리 둘레와 같은 23인치라고 해요. 남자 선수들이나 코치들도 “상화 허벅지 좀 봐라”고 놀릴 정도로 굵은 편에 속한답니다. 선수이기 이전에 젊은 여성인 이 선수는 상처가 될 법한 이런 놀림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고 하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이 오늘의 ‘빙속 여제 이상화’를 탄생시킨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친구와 군것질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고, 책을 읽으려고 결심을 했다면 TV와 스마트폰에서 멀어져야겠죠.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올해 역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선수가 예쁜 몸매 대신 실력 향상을 택한 것처럼 지금 내가 포기해야 할 게 무엇이고 집중해야 할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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