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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변호사가 말하는 신문과 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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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석연 변호사는 “신문과 책을 읽고 자기만의 해석을 가미해 독서 일기를 써야 제대로 된 독서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우리가 몸을 위해 하루 세 끼 밥을 꼬박꼬박 먹듯, 정신을 위해 매일같이 신문과 책을 읽어야 합니다.” 최근 자신의 독서 방법과 추천도서를 정리해 『책, 인생을 사로잡다』라는 책으로 펴낸 변호사 이석연(54)씨의 말이다. 그는 “책이란 종이 위에 지식과 정보를 활자화해 놓은 것”이라 정의하며 “종이 신문 역시 좋은 책에 속한다”고 말했다. “독서는 곧 생활”이라는 이 변호사에게 신문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신문으로 ‘유목민식 읽기’ 배울 수 있어

“책은 의무감에서 읽는 게 아닙니다. 꼭 읽어야 할 책이란 것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싶은 만큼 읽은 뒤 다른 책을 펼칠 수 있는 자유를 느끼는 게 진정한 독서입니다.”

 이 변호사는 ‘유목민식 독서법’에 대해 강조했다. 무협지든 만화책이든 직접 선택한 책을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책으로 건너뛰기도 하고, 읽던 책에서 관심이 가는 내용을 발견하면 새로운 책에서 그 내용을 찾아보며 읽으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나도 한꺼번에 읽는 책이 대여섯 권씩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을 읽다가 노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도덕경』을 펼쳐 들고, 문득 노자와 공자 사상의 차이점이 궁금해지면 『논어』까지 꺼내 보는 식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여러 권의 책을 겹쳐 읽다 보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지식이 훨씬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유목민식 독서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텍스트로 신문을 꼽았다. 여러 지면에서 눈길을 끄는 기사를 고르고, 기사를 읽다 궁금증이 생기면 관련 지식을 다른 지면을 통해 찾아보는 것이다.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책을 통해 보충할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신문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라며 “신문의 여러 지면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풀려면 자연스럽게 독서의 지평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종이 신문 뒤적이는 것만으로도 독서 효과

이 변호사의 독서 편력은 중학교 졸업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고교 진학 대신 고졸학력 검정고시를 준비해 6개월 만에 전 과목에 합격했다. 대학 입학 예비고사까지 수월하게 통과한 뒤 책 300권을 짊어지고 전북 김제에 있는 금산사로 들어갔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뭔가 제대로 된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사마천의 『사기』 등 내용과 분량이 만만찮은 책 300권을 20개월 만에 독파한 뒤 전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 치열하게 읽었던 그 책에서 얻은 지혜와 영감이 내 평생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속담인 ‘소년독서석판각자(少年讀書石版刻字)’를 소개하며 “청소년기에 읽은 글은 돌에 글자를 새기듯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정신과 혼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며 “어른이 된 뒤에는,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재독하며 새로운 의미를 더해 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책 읽기에 흥미가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매일 아침, 종이 신문을 펼치고 사설과 칼럼 1편씩만 읽어보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조선의 정조 임금이 ‘비록 책을 읽지 않더라도 서재에 들어가 책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고 의욕이 샘솟는다’는 말을 했다”며 “사설과 칼럼을 찾기 위해 종이 신문을 뒤적이며 눈에 들어오는 여러 정보들, 신문이 주는 정서적인 느낌들만으로도 충분한 독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 보이고 서점 데리고 가야

이 변호사는 자녀들에게 독서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을까. 그는 “아이 앞에서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특별한 독서 교육은 없다”고 얘기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은 따르지 않지만, 행동은 따라 하는 법”이라며 “부모가 TV 앞을 떠날 줄 모르면서 아이에게 ‘책 읽고 공부하라’고 하는 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점에 데리고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고르게 해주기도 했다. 아이가 어려운 책을 골라 오면 “정말 네가 읽고 싶어서 고른 거냐?”고 물어보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주려 애쓴다고 했다. 만화책만 골라 오는 막내아들에게 한 번도 “다른 책 골라 오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어떤 책이든 읽으면 도움이 되고, 자꾸 읽다 보면 좋은 책을 고르게 된다는 게 이 변호사의 독서 교육 지론인 셈이다.

 독서는 쓰기와 병행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변호사가 꾸준히 쓰고 있는 독서 일기에는 책 속에서 마음에 남은 글귀와 간단한 감상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독서 일기에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놓기도 했다. 그는 “신문 기사에도 책 못지않게 깊은 성찰이 담겨 있는 내용이 많다”며 “신문을 읽고 감흥을 정리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독서 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연 변호사가 추천하는 청소년기 필독 도서

청소년기에 읽은 책은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찾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석연 변호사가 ‘나의 오늘을 만든 책’ 가운데 현재의 청소년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 5권을 추천했다.

1. 죽은 시인의 사회 / 낸시 H. 클라인바움
2. 사기열전 / 사마천
3. 동방견문록 / 마르코폴로
4. 지조론 / 조지훈
5. 예언자 /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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