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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부호|재일교포 이적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정부는 지난 12일 외국인등록증의 「국적란」에 「한국」이라고 된 것을 「조선」으로 고칠 것을 바라는 「니이가다」재일교포 23명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와같이 「국적란 수정」이 대량으로 그리고 한꺼번에 이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47년 재일교포에게 처음으로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었을 때 국적란에 일률적으로 기재되었던 「조선」이나 그후 민단계 교포의 신청으로 기재변경된 「한국」에 대하여 일본정부는 모두 국적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한낱 부호라는 해석을 내렸었다. 일본법무성 집계에 의하면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재일교포수는 58만1천6백명(작년 5월 현재), 그중 국적란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변경한 수는 22만, 그리고 지난해 10월 현재 「한국」으로 고친 것을 다시 「조선」으로 고친 것을 신청한 수는 극소수로 나타났었다.
국교정상화를 전후하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협정상 영주권을 갖는대신 징병의 대상이 된다는 등 조총련의 선전에 「한국」으로 변경했던 교포중의 일부가 동요를 가져오고 또 조총련을 뒷받침하는 사회당이 국회에서 『부호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느 편으로든지 고쳐쓸 수 있지 않느냐』고 추궁하게되자 「하시모도」 관방장관, 「다까쓰지」 법제국장관, 「야기」 법무성 입관국장이 협의하여 지난해 10월 23일 「재일한국인의 국적변경문제에 관한 일본정부의 통일견해」를 작성, 「한국」 「조선」이 모두 부호라는 종전의 해석을 철회하고 「조선」은 그대로 부호지만 「한국」은 「실질적인 국적」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렸었다.
이 새로운 해석은 「한국」으로부터 「조선」으로의 변경은 국적이탈을 뜻하는 것이므로 한국정부기관의 증명서가 필요하게끔 하여 「조선」으로의 기재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정 방침을 관철한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통일견해가 발표된 후 올해에 들어서면서 「극비」라고 적힌 일본법무성 문서에 의하면 1월부터 6월에 이르기까지 일본전국에서 소수의 교포가 국적권을 「한국」에서 「조선」으로 고칠 것을 신청했으며 그중 23명이 허가되고 있다.
법무성 당국은 이들 23명은 국적란의 기재사항 변경, 다시말해서 「이적」이 인정된 것이 아니며 단지 오기정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3년만에 실시되는 외국인등록증 경신때 각 지방 행정관서가 대량으로 증명서를 다루다가 「한국」으로 잘못 기재된 것이라든지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한국」으로 변경되었다는 충분한 이유가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원상으로 정정된 것이지 변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총련은 일찍부터 국적선택의 자유를 내세워 한국으로부터 조선으로의 국적변경운동을 벌여왔으나 일본이 북괴를 국가로 승인하고 있지안은 당연한 귀결로 좌절되었다. 그러자 조총련은 이른바 「합법투쟁」으로 운동의 방향을 바꾸어 행정관청의 잘못으로 바뀌어진 것은 외국인등록법 제10조(정정)에 좇아 정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괄신청이나 인쇄물에 의한 신청이 눈에 띈다는데서 조총련의 본래의 「정치색」이 드러나 올해 들어서는 (1)개인별 신청 (2)「조선」에서 「한국」으로 기재변경한 연월일 장소 이유 등을 밝힌 자료 (3)한국정부가 발급하는 국민등록증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는 증명 등이 첨부되어야 신청서를 심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니이가다」의 경우는 「오기정정」이나 본인이 모르는 사실의 대리신청을 받아들였다는 등 「하자있는 행정행위」의 시정으로 돌리고 있다.
북송의 근거지인 「니이가다」에서 「무더기 정정」이 나온 것은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의 복잡성과 함께 조총련의 최근의 침투공작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동경=강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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