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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 "새벽 인력시장 너무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5일 새벽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성남 태평동 인력시장을 방문하여 근로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구정을 닷새 앞둔 5일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일용직 근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 지사는 이날 새벽 5시 영하를 밑도는 칼바람 속에 성남 태평고개를 방문해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김 지사는 추위에 발을 구르며 일감을 찾고 있는 수십여 명의 무리 속으로 다가갔고, 그를 알아본 근로자들은 “어차피 오늘 일감도 허탕일 것 같은데 말 좀 통하는 김문수 지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나누자”며 몰려들었다.

김 지사가 인사를 건네자 한 50대의 근로자는 대뜸 “건설경기가 완전히 죽었고 날씨도 유난히 추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이곳엘 나온다”며 “중국인 노동자들이 작업반장을 맡을 정도로 건설현장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밀려난 지 오래”라고 성난 목소리를 냈다.

다른 근로자는 “나를 비롯한 노인 근로자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면 자발적으로 앞장 서서 위기를 극복한 주역들인데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밀려 누구도 봐주질 않는 슬픈 현실이 됐다”며 도움을 구했다.

또 다른 이는 “이곳은 15년째 최대 인력시장인데도 눈비를 피할 비닐천막 쉼터 설치가 시급하다”며 “임금 체불 문제도 여전히 잘 안 풀리고 있어 노동부를 찾아가면 진술서만 쓰고 마냥 기다리란 말 뿐이어서 힘이 빠지기 일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 지사는 “건설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여러분 얼마나 힘드시겠냐”며 위로하고 “LH나 SH 등 대규모 공사를 맡고 있는 기관에 일정 인원 이상의 내국인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동행한 공무원들에게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

이어 김 지사는 “노동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쉼터 설치는 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은 점을 이해해 달라”며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승합차 등 새벽시간대 이 일대의 주정차에 문제가 없도록 도와 관할 성남시에서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 지사는 건설기술과 관련해 도내 폴리텍 대학의 장단기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교육을 마련해 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지사는 인력시장이 끝난 뒤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에서 해장국을 함께 하며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김 지사는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버티기 힘들땐 24시간 열려있는 경기도로 연락해 무한돌봄제도 등 공공의 도움을 받는데 주저하지 마시라”며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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