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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이 인도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톨스토이」의 어느 소설-아마 「안나·카레니나」?-은 불행이 올 땐, 한번에 한가지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무더기로 밀어 닥치는 법이라는 달견으로 시작된다. 요즘의 한·일 관계가 바로 그것. 북괴기술자에게 입국사증을 주겠다고 해서 중대사태가 생길 직전에 있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이란 국적을 「조선」으로 슬그머니 바꿔치는 것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원수의 북송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북송이라고 불러온 것을 저들은 「북조선귀환」이라고 하고, 벌써 20년전에 끝장이 난 대전의 「전후처리」라고 우겨왔다. 언제부터 전후처리로 설명되어 왔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59년 자유당때, 우리의 거족적인 항의를 무릅쓰고 북송을 시작했을 땐, 「인도상」 부득이한 일이라고 발뺌을 했었다.
그동안에 생지옥으로 돌려보내진 총수는 8만5천9백82명(일본 통계). 신청자중 2만9천6백여명이 번의하고, 나머지 4천여명이 북송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일본도 어지간히 싫증이 났는지, 전후처리가 너무 오래 끌어선 안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협정이 끊어진 다음에도 『다른 방법으로 돌아가 주도록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는 관방 장관의 말씀이고 보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도시 「현안」이니 「전후처리」니 하는 것은, 한·일 조약의 발효로 구실로서의 명맥이 끊겼다. 인도는 또 무슨 인도냐. 한국인의 처우에 관한한, 일본은 「인도」를 표방하고 나설 자격이 없다. 일본서 살길이 없어서, 혹은 남의 꾐에 빠져서, 실상 무지의 소치로 해서 북송된 자들이, 다시 북한을 빠져나올 자유를 가졌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북송길은 영영 불귀의 길-성한 사람을, 아주 가는 길로 실어보내는 것은 인도를 저버리는 것이다.
구차한 이론은 덮어두고 한가지만 묻자. 대전후 「헝가리」를 위시한 공산지배를 벗어나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나라가 부지기수인 반면, 인도의 도살장으로 생사람을 무더기로 돌려보낸 나라가, 일본을 두고 또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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