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박준규씨가 말하는 열차여행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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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여행 컨설턴트 박준규씨가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화랑대 간이역의 겨울 풍경을 사진기에 담고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덕분에 하얀 설국을 감상하려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많다. 교통체증과 복잡한 여행 계획에 시달리기 싫다면 한번쯤 열차를 타보자. 좌우로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떠나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의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꽉 막힌 도로 위에 멈춰 서서 좀처럼 가까워질 줄 모르는 목적지를 생각하며 애가 타 본 경험이 있는가. 함박눈으로 하얗게 칠해진 풍경을 보고 싶어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하지만 열차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표 한 장을 손에 꼭 쥐고 혼자, 혹은 가족들과 함께 여유롭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열차 안에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눈꽃의 향연을 구경하는 것은 열차에 오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풍경에 취하고 여유에 빠지고, 낭만에 사로잡히는 것이 바로 열차여행입니다. 자동차를 두고 전국 각지의 명소를 열차로만 다니는 일은 정말 흥미롭죠.” 열차여행 컨설턴트 박준규(39)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KTX 탑승 1호 승객이자 망상역 명예역장이며, 청량리에서 정동진을 기차로만 300회 이상 완주한 자타공인 열차 매니어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열차여행을 떠난다는 그가 말하는 이 여행의 진정한 매력은 ‘최고의 힐링 효과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열차는 좌석을 돌려서 마주 앉을 수 있잖아요. 모르는 사람과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가족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그만이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기 때문이란다. 겨울 열차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목적지가 멀다면 왕복 10시간 이상 열차만 타야 하기 때문이다.

 짐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노파심에 이것저것 챙기지 말고 꼭 필요한 물건과 카메라 정도만 챙기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여행지는 오지가 거의 없어 필요한 것은 현지에서 대부분 구입할 수 있다. 겨울에는 열차 안이 덥고 밖은 춥기 때문에 가벼운 티셔츠 위에 도톰한 외투를 입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행 코스에 맞춰 승차권을 미리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동진역이나 태백역과 같은 겨울 여행 명소들은 출발 당일 승차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여유로운 출발을 위해서 일주일 전에는 표를 미리 구해 놓는 것이 좋다. 열차역에 직접 가지 않고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승차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지역 별미 맛보고 영화 즐기며 풍경 카메라에
 
 가족과 함께 열차를 탔다면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들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자. 온전히 열차 속 삶을 누려보는 것이다. 열차를 알차게 이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박씨는 “열차는 작은 미니하우스와도 같다”며 “휴게소나 식당을 가기 위해 내려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대부분의 즐길거리를 안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정기열차에는 ‘열차카페’가 편성 운행된다. 열차카페에는 도시락과 음료수·과자·맥주·안주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미니노래방과 게임기, 인터넷 PC도 구비돼 있다. 동대구~강릉, 부전~강릉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에는 무인 미니카페가 운영되고 있어 이용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KTX 시네마’ 칸을 이용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열차역 구내에서 파는 유명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네이버 철도동호회 ‘엔레일’의 운영자이자 철도 전문가인 정진성(30)씨는 “경주역에서 산 황남빵이나 제천역에서 맛보는 우동, 용궁역에서 먹는 순대는 지역의 별미”라고 귀띔했다.

 겨울에는 다른 어떤 계절보다 풍경이 아름답다. 운행이 중단된 간이역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운치 있다. 최근 사라지거나 리모델링되는 열차역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달리는 열차에서는 단렌즈보다는 줌렌즈, 망원보다는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태백선과 영동선 산악지대를 천천히 달릴 때의 풍경은 예술 그 자체다.” 박씨의 열차여행 예찬론은 그칠 줄 모른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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