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27시간의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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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버지니어·러스크」부인은 8일 남편인 미 국무장관「딘·러스크」씨의 부축을 받으며 비행기「트랩」을 내렸다.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로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검정「수트」에 녹색「서머·코트」를 가볍게 걸쳐 입은 「러스크」부인은 단정하게 머리를 뒤로 넘겨 빗고 있었다.
『한국은 또 다시 찾아오고 싶은 심정을 우러나게 하는 좋은 나라입니다.』「「러스크」부인은 지난 60년에 이어 두번째로 보는 한국의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남편을 돕는대야…그저 한사람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그러나 그의 겸손한 말과는 달리 「러스크」부인은 미국고관들 부인 가운데 정평 있는 내조자-.
『전쟁에 대해서요? 한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역시 평화를 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그는 두 아들과 한 딸의 어머니. 「워싱턴」시 기획위원으로 있는 맏아들「데이비드」(25)씨는 이미 두 아들을 두었고, 둘째아들(20)은 대학생, 막내딸(17)은 고등학생. 『「러스크」교수에게 반한 얘기요?』
그는 환하게, 그러나 조용히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면도 좋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를 갖는 성격이 매력이었다고는 할 수 있지요.』
「버지니어」여사는 「러스크」장관이「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로 있을 때 그 대학에서 역사와 지질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지금은 「러스크」장관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러스크」부인이 있다는 평이 있을 만큼 남편을 그림자처럼 따라 돕고 있는 셈이다. 「러스크」부인은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눈 사람은 얼굴과 이름과 성품을 기억하는데는 천재적인 재질을 타고났다고 한다.
「러스크」부인은 9일 육영수 여사를 방문하고 이화여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대서 명박 수여>
그는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이 외관뿐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세와 정신면에서 일어난 변화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고 『한국민의 낙관과 자신을 북돋워주고, 조국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희망을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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