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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를 찾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마음이 약해질수록 무엇인가 믿고 의지하려는 심리가 생기나보다. 점심을 먹고 앉아있는데 친구「선」이 왔다. 『얘, 아주 용하게 맞추더라. 지금보고 오는 길인데 정말 속이 후련해.』나는 마음이 후련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돈을 꿔 가지고 「선」이와 함께 점쟁이 집을 찾아갔다. 방에 들어서니 30세가량 된 여인이 촛불을 켜며 맞는다. 우선 취직이 언제쯤 되겠느냐고 물었다. 손을 비비며 주문을 왼다. 한참 후에, 금년 안으론 어렵겠단다. 답답한 마음 좀 풀어보자고 찾아왔는데…이렇듯 마음이 약해졌을까? 차라리 안 들으니만 못해 찾아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전에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때다. 답답하시다며 가끔 점치러 다니시는 어머니를 보고 머지않아 달세계에 가는 세상에 미신을 믿긴 뭘 믿느냐고 말리던 생각이 난다. 그렇듯 나만이 문명인인양 야단을 하던 내가 지금은 만수향 풍기는 어둠침침한 방에 앉아 점쟁이에게 어리석은 기대를 걸다니…
집에 돌아오니 공연히 돈만 버렸다 싶어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돈이 아까와서만이 아니다.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피곤해진 내가 서글퍼서다.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짜증스러워서다.<주희금·20·인천시 부평동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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