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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엔「신한견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중당은 합류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당 최고위원·지도위원 총사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재야세력과의 합류에 성공했다. 재야세력은『대여투쟁을 강화하고 야당세력 통합에 기여할 것』을 명분으로 민중당 합류를 선언키로 했다. 이 두 개의 합류선언은 10일까지 이루어진다. 민중당이 합류하는 재야세력은 이범석씨 중심의 구족청계 임철호씨등 구자유계 일부 박병권씨등 예비역장성단의 세갈래―.
이들은 합류즉시 7월19일의 민중당 전당대회에서 짜야할 새 지도층 구성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새 지도층 구성문제는 민중당과 재야측이 각각 내부의 의견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중의 하나다.
민중당의 지도층이 일단 총사퇴를 선언했지만 전당대회에서 당지도1선으로 나서는 것마저 봉쇄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현 당지도층과 재야인사가 백지위에 새 구도를 그리자는 것뿐이다.
당대표선출에 대해 민주계등 상당수는 박순천씨를 다시 추대키로 했으며 이범석씨등 재야인사 일부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민중당이 내놓은 사과성명에 대해 도의상으로나마 실질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게 됨으로써 총사퇴는 정치적 단막극의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는 주장이 따르고 있다. 「국민의당」계와 민정계 일부 및 재야인사 일부는 박씨의 후퇴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고위원 선출을 둘러싼 대립은 더욱 복잡하다. 일부는 허정 이범석씨 등을 고문으로 하고 박씨는 재선출하는 것을 전제로 유진선씨와 재야측 1인의 최고위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안의 이상철 홍익표씨 민정계의 서범석 전진한 김의택 권중돈씨등은 최고위원의 경쟁자들이며 재야측의 최고위원 선출과 이를 당 대의원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합류가 야당의 단일 대통령후보 실현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들은 합류의 명분을 야당의 통합을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야당으로서 윤보선씨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신한당과의 제휴문제는 아직은 전연 고려되지 않고 있다.
민중당도 공화당 못지 않게 신한당과의 경쟁을 고려해 왔다. 그리고 재야정치 예비층과의 합류는 신한당을 눌러 이기자는 데 더많이 치우쳐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범석씨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는 것이다.
이씨를 지명하자는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신한당이 내세운 윤보선씨란 야당 대통령 후보를 눌러 야당의 대표후보를 쟁취하자면「관록과 이름」이 무거운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말하자면 이씨는 박정희 대통령과의 경쟁에 앞서 치러야 할 윤보선씨와의 경쟁에서「승산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노장 중심의 현상유지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절대 다수인 것은 아니다. 당의 기풍을 젊게하고 보다 먼 앞을 내다보고 당의 지도층을 짜고, 그에 맞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는 개혁파도 있다.
민중당은 원내로 복귀하면서 야당의 새로운 좌표설정을 내걸었다. 7월19일의 전당대회가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 것인지는 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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