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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들의 특A급 미식 경연 250명씩 초대 닷새간 공짜 파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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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호 26면

사진 Carla Boecklin Photography 1 선댄스 영화제 주요 행사가 열리는 메인 스트리트의 이집션 극장. 셰프댄스가 열리는 39파크 시티 라이브39는 이곳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2 미국 최고의 스타 셰프가 요리하는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행사 현장. 주최 측의 세심한 좌석 배치로 식사를 즐기며 네트워킹과 비즈니스 미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3 셰프댄스에 초청받은 셰프는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하루 250여 명의 식사를 책임진다. VIP 게스트들이 많다 보니 셰프들도 요리의 맛은 물론 모양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4 셰프댄스 3일차 이벤트에 초대받은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 패리스 힐턴(왼쪽)과 행사 스폰서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위시 클라우드 CEO 그렉 밀러.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 스키 리조트 몇 군데 말고는 사방으로 눈 덮인 산이 전부인 곳. 인구 8000명이 채 안 되는 이 조용한 도시가 매년 세계적인 독립영화축제인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이 열릴 때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유명 영화배우들이 맨 얼굴에 점퍼 차림으로 중심가를 누빈다. 거리 곳곳의 레스토랑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십 개의 파티가 열린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참석하고 싶어하는 ‘특A급’ 파티는 단 하나다. ‘셰프댄스(Chefdance)’. 한인 사업가 미미 김과 남편 케니 그리스월드가 10년째 주최하고 있는, 그야말로 선댄스에서 가장 ‘핫’한 행사다.

선댄스 영화제 요리행사 셰프댄스 10년째 여는 미미 김

셰프댄스의 컨셉트는 ‘최고의 만남’이다. 영화제 기간 중 닷새간 최정상급 스타 셰프 5명을 초대해 날마다 각기 다른 최고급 코스 요리를 서빙한다. 매일 밤 250명만 초대받을 수 있다. 배우, 뮤지션, 작가, 감독, 제작자, 영화사 중역, 투자사 대표, 글로벌 기업 간부들이 엄선돼 테이블 앞에 앉는다. 비용은 셰프댄스를 후원하겠다며 줄을 선 스폰서들이 지불한다. 지난달 열린 올해 행사에서도 글로벌 식품기업인 모닝스타팜을 비롯해 체이스 은행, 경매회사 소더비, 디지털 콘텐트 제작·배급사인 레드 터치 미디어 등이 돈을 댔다. 5일간의 파티를 위한 약 50만 달러(약 5억4000만원)의 예산이 전부 이들 스폰서를 통해 충당됐다.

5 셰프댄스 설립자인 한인사업가 미미 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똑같은 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모든 건 10년 전 “내가 사랑하는 선댄스 영화제를 더 멋지게 즐기고 싶다”는 미미 김(49)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파티장을 전전하며 선 채로 핑거푸드만 먹는 게 피곤했다. 분명 파티에 다녀왔는데 집에 오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싶을 만큼 허기가 졌다. “이럴 거면 내가 나서 근사한 파티를 열겠다”며 2004년 일을 벌였다.

처음엔 60명만 초대해 집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다. 감사 e-메일이 쏟아졌고 초대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섭섭하다. 다음엔 꼭 초대해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타고난 사업가인 미미 김의 ‘촉’이 발동했다. 버나드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을 거쳐 골드만 삭스,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월스트리트의 굵직한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벤처 캐피털을 운영해온 그녀의 비즈니스 감각에 시동이 걸렸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미미 김 부부는 파크 시티에 스키 리조트를 가지고 있을 만큼 재계에서는 알아주는 커플. 그러니 그저 좋은 영화와 좋은 음식, 좋은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부르기 위해 파티장 위치도 부부가 소유한 ‘파크 시티 라이브’로 옮겼다. 라운지와 레스토랑, 공연장이 겸비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다.

부산영화제서도 셰프 댄스 추진중
12세 때 온 가족이 이민 온 후 줄곧 뉴욕에서 자란 미식가인 미미 김은 5명의 셰프를 직접 고른다. 실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본다. 그래야 더 많이 주목 받고 스폰서들에게도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꽃미남 셰프로 꼽히는 타일러 플로런스, 데이브 리버먼, 보 맥밀런 등이 셰프댄스를 거쳐갔다. 올해도 ‘마스터 셰프’대회 우승자 위트니 밀러, ‘톱 셰프’ ‘아이언 셰프’ 등 TV프로그램을 통해 지명도를 쌓은 마르셀 비뉴롱 등이 하루씩 음식을 책임졌다. 이들은 미미 김이 특별히 디자인한 오픈 키친에서 게스트들과 눈빛을 교환해가며 요리를 한다.

매일 밤 그해 선댄스에 출품된 작품 중 한두 편을 골라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오래전부터 쌓아온 할리우드 인맥으로 영화사와 방송사 중역도 불렀다. 그간 선댄스 영화제의 창시자 격인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를 비롯해 피어스 브로스넌, 케이트 보스워스, 애슈턴 커처, 스팅, 50센츠, LMFAO 등이 방문했다. 올해도 ‘헬프’로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해 ‘스캔들 메이커’ 패리스 힐턴, 배우 주노 템플, 뮤지션 케니 로긴스 등이 자리를 빛냈다.

“실제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자리”이다 보니 게스트 리스트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언론의 주목도 더 많이 받게 됐다. 그만큼 셰프댄스에 오고 싶어하는 셰프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스폰서 희망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경직되고 엄숙한 건 절대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점퍼에 배낭 차림이다. 코스 요리 전후로는 마음껏 술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싣는 왁자지껄한 파티도 준비돼 있다. 분위기를 타면 미미 김이 DJ 부스에 올라 음악을 틀기도 한다. 젊음과 열정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선댄스 스피릿’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올해로 결혼 10주년과 셰프댄스 10주년을 맞는 미미 김은 세 아이(4살, 7살, 9살)를 낳아 키우느라 다 쏟아내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열정을 하나씩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우선 3월엔 영국에서 열리는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런던’에서 똑같은 형식의 셰프댄스를 진행한다. 9월엔 토론토 필름 페스티벌에서, 10월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셰프댄스를 개최하려고 추진 중이다.

“10년 동안 선댄스 영화제와 함께하다 보니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더 커지고 있죠. 제가 쌓아온 인맥과 노하우, 셰프댄스의 브랜드 가치로 한국영화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큰 기쁨이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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