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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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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주 안에 시작될 것으로 예보된 장마가 걷히면 초복이 눈앞에 다가서고 본격적인 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산으로 바다로「바캉스·붐」에 설레는 계절- 그러나 간단없는 「경제의 흐름」엔 철 따른 기복이 있을 뿐 휴식이 없다. 예년, 이맘때부터 「하한기」를 맞는 올 여름 경기는 어떤가-
『분명히 돈은 흔해진 것 같은데 귀하다』고한다.
얼핏 앞뒤의 논리가 맞질 않는 이 말도 그러나 제나름의 어떤 함축성만은 지니고 있다.
작년보다 35%가 팽창한 재정지출, 불과 다섯 달만에 33억 원이 늘어난 통화량 (5월말5백99억)과 1백45억 원이 확대된 대출규모 (5월말1천2백48억)로 보아 시중에 나돌 수 있는 돈은 틀림없이 늘어났는데 내 주머니엔 돈이 없다는 얘기다.
또 내 손을 거쳐가는 돈의 절대 액이 커졌는데 실속은 그전만 못해졌다는 뜻 일수도 있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고 증가된 인구에 맞추어 경제규모가 커지면 돈은 늘어도 그 배분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의 가진 몫이 적어질 수도 있다. 거기다 물가는 작년5월 지수 205.2(서울소비자물가)가 금년5월엔 221.7로 뛰었으니 이윤율이 나아지고 월급이 그전보다 조금 올랐다 쳐도 실질소득은 줄어든 셈. 그러나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한대에 8만5천원 짜리 전기 냉장고가 마구 팔리고 엄청난 고가상품이 오히려 잘 나가는걸 보면 돈은 편재되고 새로운 소득계층이 생긴 것 같다』-
5월중 매상의 7할이 전기냉장고와 선풍기였다는 신세계백화점의 전충식사장은 계속해서 『여름남방까지 포함해서 대중적인 일반 잡화류는 매상이 거의 없으니 올 여름 경기도 뻔하다』고 단언한다.
대상은 다르지만 대한상의도 최근의 대정부 건의에서 편중융자의 중지와 대출의 균형화를 촉구했다. 그런데 산은은『1·4분기의 침체를 벗어나 2·4분기에 호전된 기업활동이하한기 (3·4분기)를 맞아 약간 둔화될 것이며 따라서 생산·판매·재고 및 설비투자도 보합』할 것이나 『가동률은 71%이상 가동기업이 전체의 77%로 작년의 72%를 능가』하여 올 여름경기가 비교적 견실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듯 엇갈리는 전망은 결국 올 여름의 경우 기업「사이드」의 활기에 반해 최종적 소비경기는 저조할 것임을 반증하는 것. 5개년 계획에 들어간 거액의 설비투자가 생산력 화하고 올해 재정살포규모가 커져 유효수요가 증가되면서 확대기조에 있는 경제는 급증추세의 수출과 함께 기업경기호전의「지렛대」가되어 「하한기」를 외면한 채 연말 성수기로 치달을 기세-
하지만 물가가 비교적 안정되면서 견실한 소비기풍을 되찾은 일반소비자로선 증가「템포」가느린 가계수입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격심한「인플레」에의 우려가 사라진 지금, 엄청나게 커진 가계지출을 메우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서둘러 물건사기에 골몰할 필요는 없고 차라리 연말을 위해 그대로 참고 견디자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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