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산의 생명 판화읽기] 파도

중앙일보

입력

저렇게 들이치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세상 시름 떨쳐버리려고 무작정 타고 온 밤기차 뒤돌아 앉아 세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파도와 함께 출렁거립니다.

바라볼수록 아득한 겨울바다는 바람이 몸을 두드릴 때마다 격정의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한 생의 무게를 밤새워 솟구치고 있습니다.

기립박수 소리에 취해 청춘이 다 가는 지도 모르고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저렇게 흔들리며 출렁거리지만 내일은 다시 잔잔해질 테지요.

그 잔잔한 바다는 다시 또 출렁거림을 꿈꿀 것입니다.

그대는 지금 출렁거리는 중인가요, 잔잔히 흐르는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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